
<하나코>... 화장실의 하나코 시리즈 중 98년작 :::

양유창 | 1999년 11월 24일 조회 13382
돈은 없고 영화는 찍어야겠는데
그럴싸한 공포영화라는 소리도 듣고 싶다.
<하나코>는 그렇게 찍혔다. 처음부터 음향효과
하나만 가지고 잔뜩 겁을 먹인다.
별 내용도 없으면서 아이들은 시무룩해지고 놀라고 한다.
인형 하나 때문에..
<여고괴담>처럼 영화는 하나코라는 원한에 죽은
10년 전 아이를 불러낸다. 하나코를 둘러싼 여학생들은
호기심 반 걱정 반으로 죽은 아이와 담력게임을 벌인다.
적당한 학원공포물로 진행되던 영화는 그러나
갑자기 <천녀유혼>이나 <퇴마록> 같은 초자연적인 신비와
그를 쫓는 퇴마사들의 이야기로 바뀐다.
바로 여선생과 남학생이 전면에 나서면서부터다.
그들은 여학생들에게 지주같은 존재가 되고
공포를 향해 전면으로 나아간다.
알 수 없는 허탈감. 현실에 기반을 두지 않은 공포물을 볼 때
느끼는 환타지보다 더 실망스러운 것은 현실을 가장한
공포감이 등 뒤쪽으로 싸늘하게 식어가는 걸 알기 때문이다.
사당에 모셔진 하나코와 인형은 이제 화장되고
아이들은 다시 하나코를 볼 수 없을 것이다.
하나 둘 세엣 넷... 잠들면 잡아갔던 프레디 크루거나
으헤헤 웃으며 공포에 빠뜨렸던 처키의 인형과 달리
하나코에게는 자비가 없다. 그대신 겁이 너무 많다.
악령이 겁이 너무 많아 자꾸만 숨어버린다면
그 으시시한 표정도 단지 귀신의 집에서 언제 얼굴 내밀까
고민하는 처녀귀신 아르바이트생의 마음 만큼이나
쓸쓸하기 그지 없을 것이다.
a Sanity under the influence
|
 
 | 양유창 마음으로부터 그림을 그립니다. 무의식으로부터 시를 씁니다.
비밀스럽게 여행을 떠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운명과 미래를 혼동하지 않습니다.
무심코 떨어뜨린 책갈피에서 21세기가 느껴집니다. 그곳은 슬픈 신세계입니다.
이별이란 말은 너무 슬퍼 '별리'라고 말합니다.
BLOG: rayspace.tistory.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