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은과 파리의 거리 :::
양유창 | 2000년 12월 26일
조회 7376
'Super Eraser Medium', 잠이 안와요, 잠이 안와요, 밥은 먹었나, 꿈은 예쁜가, 걱정이네. 이불은 덮고 잘 자는걸까, 보고 싶네. 내일이라 생각하다 오늘인걸 깨닫지. 유리창에 파란 불이 서 있는데 잠이 안와요.
이상은이 지금만큼 가까이 다가오기 전, 난 이상은의 노래들을 좋아했다. 지금도 좋아하지만 예전만큼은 아니다. "공무도하가", "외롭고 웃긴 가게"는 나의 베스트 앨범. 특히 "외롭고 웃긴 가게"의 그 예쁜 가사들을 잊을 수 없다. 이 앨범을 친구들에게 선물하고 녹음해서 듣고 다니곤 했다.
이상은의 베스트 앨범이 크게 광고되어 있는 걸 보고 문득 그 생각이 나서 몇 자 적는다. 외롭고 웃긴 그 가게의 팬이었던 나는 그러나 그녀가 영국에서 돌아와 우리 곁으로 다가오자, 다가와서 입을 열자 열렬한 팬이기보다는 잠재적인 팬으로 한 발짝 물러섰다.
"Asian Prescription"과 이후 음반을 들어봤지만, "외롭고 웃긴 가게" 만한 걸작은 없었다. 그래서 그냥 그 음반이 좋다. 감성적이고 쓸쓸하게 읊조리는 이상은의 외롭고 웃긴 가게에 가보고 싶다.
접촉과 거리유지.
홍세화의 책 [세느강은 파리를...]을 서점에 서서 다 읽었는데 거기에 저런 말이 있었다. 인간관계에서 저만큼 중요한 게 또 없는 것 같다. 다분히 주관적이면서도 가끔 한발짝 물러나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 - 그것이 중요하다.
그나저나 저 책을 읽고 파리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에게는 여행이 필요하다. 가끔 이 도시를 떠나야 서울이 그리운 줄 안다. 아직 제주도까지밖에 갈 수 없는 신분상 제약이 있긴 하지만(그래서 작년에는 마라도 너머로 갈 수 없었다), 곧 다가오는 봄이 되면 새 공기를 맞으러 갈 것이다.
'파리는 밤'이라는데, 파리의 야경이나 건물들, 특히 지하철이 궁금하다. 100년이나 된 지하철은 대체 어떤 모습일까.
C'est tres bien! Bon No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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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유창
마음으로부터 그림을 그립니다. 무의식으로부터 시를 씁니다.
비밀스럽게 여행을 떠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운명과 미래를 혼동하지 않습니다.
무심코 떨어뜨린 책갈피에서 21세기가 느껴집니다. 그곳은 슬픈 신세계입니다.
이별이란 말은 너무 슬퍼 '별리'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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