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먹이 운다> 운명같은 만남 :::
양유창 | 2005년 03월 16일
조회 8199
한국영화계의 패기만만한 4인방이 있죠. 박찬욱, 김지운, 허진호 그리고 류승완입니다.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를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감독들이죠. 아마 후대의 영화사가들은 이들을 한국영화의 거인들로 평가할지도 모릅니다.
이들은 서로 굉장히 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공통점 또한 많습니다. 일단 자기만의 영화세계가 있다는 것, 모두들 영화 마니아이기도 해서 DVD의 서플먼트를 만드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점, 또 공교롭게도 2005년에 모두 신작을 발표한다는 것입니다.
그중 가장 먼저 공개된 작품이 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입니다. <아라한>에서 다소 아쉬웠던 드라마의 결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아주 역력합니다.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병렬적으로 전개되다가 마지막에 불꽃 튀기는 이 영화에서 마지막의 결전을 흥미진진하게 만들기 위해 감독은 두 인물의 사연을 구구절절히 늘어놓습니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못하도록 지나친 감상주의는 자제하면서 한편으로는 이들 모두에게 이겨야 하는 당위성을 심어주기 위해 아들에 할머니까지 동원해 가족 멜로 신파를 감행합니다.
나이 마흔이 넘은 복서 최민식. 그는 친구에게 사기당한 뒤 무능한 가장으로 전전긍긍하며 살아가는 인생입니다. 길거리에서 매 맞아주며 돈을 버는 그는 그를 부끄러워하는 아들에 자극받아 다시 권투로 새 인생을 개척하려 합니다.
한편 동네 깡패인 스물 둘의 류승범. 그는 살인죄로 소년원에 들어가 처음 권투를 접합니다. 성질대로 살아온 인생이 길들여지기 시작하는건 링에서 한 방 맞았을 때입니다.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과 할머니의 입원 뒤에 그는 권투만이 자신의 새 인생을 열어줄 방법임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둘은 신인왕전의 결승전에서 부딪힙니다. 두 주인공이 처음 만나는 순간입니다. 이 순간을 위해 영화는 두 인물에게 숨결을 불어넣고 희망을 다독거려 왔습니다. 그리고 마치 신화 속의 두 신이 운명적으로 만나는 것처럼, 하늘과 바다의 신이 서로를 질투하는 것처럼, 물러설 수 없는 사각의 링에서 숙명의 대결이 펼쳐집니다.
류승범의 (<아라한>의 코믹스런 캐릭터가 전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대담한 연기와 시종일관 광각렌즈로 인물의 내면을 잡아내는 연출이 특히 돋보입니다. 동네 양아치 패싸움을 주로 찍어왔던 감독에게 권투시합은 <밀리언 달러 베이비>처럼 멋진 한방 승부가 아니라 자질구레한 펀치들의 남발과 누가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의 스테미나 싸움으로 보여지는군요. 그래서 이 영화의 마지막 결투를 보고 있노라면 누가 이길까 하는 궁금증 보다는 저렇게 맞고 버텨내는 의지에서 인물의 성격을 그려내는 감독의 전술이 더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다행스럽게도 지독하게 운이 없던 두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보여주는 결말은 희망입니다. 아마도 이것이 감독이 그토록 말하고 싶었던 것이겠죠.
PS) <올드보이>의 최민식과 오달수가 그대로 출연하기 때문일까요? <올드보이>의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지는 장면도 있네요. 특히 오달수와 최민식의 정면승부가 궁금하셨던 분은 이 영화를 놓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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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유창
마음으로부터 그림을 그립니다. 무의식으로부터 시를 씁니다.
비밀스럽게 여행을 떠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운명과 미래를 혼동하지 않습니다.
무심코 떨어뜨린 책갈피에서 21세기가 느껴집니다. 그곳은 슬픈 신세계입니다.
이별이란 말은 너무 슬퍼 '별리'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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