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 영화 베스트 10 :::
양유창 | 2004년 12월 25일
조회 8981
매년 이맘때쯤 난 그해의 가장 멋진 영화와 최악의 영화를 꼽아왔다.
학창시절에는 내 영화노트 속에서, PC통신 시절에는 게시물에서,
그리고 오늘은 블로그의 포스트로 올해의 영화를 꼽아보려 한다.
사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그리 많은 영화를 보지 못했다.
삶이 바빠진 탓이리라. 그리고 또 몇몇 영화는 사실 볼 가치를 느끼지 못해
일부러 안본 경우도 있다.
하지만 화제가 되었던 영화는 대부분 감상목록에 올라 있으니
이를 바탕으로 올해 베스트를 꼽는 것에 큰 무리는 없을 듯하다.
2004 최고의 영화 10
1. 빈집
그렇다. 올해 1위는 김기덕의 <빈집>이다.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았다는 것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야생동물 보호구역> 이후의 김기덕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서투른 해탈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이후 <빈집>은 그의 어떤 영화보다 훌륭하다.
2. 21그램
센세이셔널했던 <아모레스 페로스>에 영혼의 무게 21그램을 더한 영화. 비장미로 포장된 뒤죽박죽 시간을 다루는 솜씨가 일품.
3. 비포 선셋
계속되는 대사들에서는 별로 감흥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렇게 여유롭게 속편을 만들 수 있다는 현실, 즉 이 영화의 존재감 자체가 빛난다. 훌쩍 지나버린 9년의 시간 속에서 관객과 영화가 은밀하게 소통하는 영화. 아마 이런 감정은 다시 느껴보기 힘들 것.
4. 거미숲
올해 저주받은 걸작(?) 중 한 편. 스릴러에 초현실주의를 적절히 섞은 보기드문 한국영화 중 한 편이지만 흥행 비평 양면에서 별로 성공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송일곤은 조금 더 힘을 빼고 카메라보다 연기자에 더 몰두한다면 다음 번 영화로 대박을 터뜨릴 것.
5. 송환
독립영화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김동원 감독의 땀냄새가 고스란히 배어 있는 다큐멘터리. 직접 부대끼며 만든 그 진정성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6. 빌리지
고도로 지능적인 정치 우화이면서 정말 잘 포장된 스릴러이기도 한 M 나이트 샤말란의 걸작. 반전의 남발 속에서 제대로된 반전이 뭔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영화.
7. 킬빌 vol.2
현란한 칼솜씨 없이도 타란티노는 죽이는 영화를 만들었다. <킬빌> 시리즈에는 더이상의 말이 필요없다. 그저 다시 한 번 틀어놓고 즐기는 것으로 족하다.
8. 나비효과
지극히 단순한 착상이면서도 그 상황을 믿게 만드는 것이 바로 영화의 힘은 아닐까? 누가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보고 지금의 영화를 떠올릴 수 있었을까? <백투더퓨쳐>를 비롯한 온갖 영화들의 짜집기 속에서 오리지널리티가 탄생하는 순간. 포스트 모더니즘의 새로운 버전을 보는 듯하다.
9. 노트북
클래식이 뭔지를 보여주고 절실하게 느끼게 해주는 영화. 애절한 로맨스란 무엇이고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사랑은 언제나 유치하지만 또 얼마나 위대한가. 신파조의 주제를 아주 아름답게 다듬어낸 영화. 고요한 침묵 속에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영화.
10. 말죽거리 잔혹사
청춘은 화려하지만 언제나 긴장의 연속이고, 또 가슴 설레기는 하지만 언제나 부끄러움의 연속이다.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에 가려져 소외받았지만 충분히 다시 볼 필요가 있는 영화.
10. 그녀를 믿지 마세요
로맨틱 코미디 안에 가족 코드를 포함시켜 권선징악 구도 속에 착한 로맨스를 녹여 냈다. 착한 자도 악한 자도 서로 정을 나누고 사랑한다는 한국 고전 영화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떠오른 것은 한국영화의 계보 속에서 <그녀를 믿지 마세요>가 그만한 미덕을 갖추었기 때문이리라.
베스트에 들지 못했지만 괜찮은 영화들
6월의 뱀
귀여워
본 슈프리머시
라이어
마지막 늑대
범죄의 재구성
사마리아
슈퍼 사이즈 미
슈퍼스타 감사용
스파이더 맨 2
시실리 2km
아들
아이 로봇
알포인트
인어공주
콜래트럴
퍼니셔
하류인생
효자동 이발사
2004 최악의 영화들
2046
나두야 간다
누구나 비밀은 있다
늑대의 유혹
바람의 전설
실미도
어깨동무
어린 신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인형사
투가이즈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페이스
2004 (최악은 아니지만) 실망한 영화들
귀신이 산다
내 머리속의 지우개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미치고 싶을때
분신사바
쓰리, 몬스터
아라한
아는 여자
얼굴없는 미녀
엘리펀트
역도산
이노센스
주홍글씨
터미널
태극기 휘날리며
화씨 911
(그밖의 영화는 가치판단 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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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유창
마음으로부터 그림을 그립니다. 무의식으로부터 시를 씁니다.
비밀스럽게 여행을 떠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운명과 미래를 혼동하지 않습니다.
무심코 떨어뜨린 책갈피에서 21세기가 느껴집니다. 그곳은 슬픈 신세계입니다.
이별이란 말은 너무 슬퍼 '별리'라고 말합니다.
BLOG: rayspace.tistor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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