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남자의 로맨스> 달콤한 초콜릿 :::
양유창 | 2004년 07월 06일
조회 10657
이 영화 참 맛있습니다. 달콤한 드라마가 맛깔스러운 그릇에 담겨 있고 한 입 떠먹으면 사르르 녹습니다. 사랑의 세레나데인 <러브 액츄얼리> 보다는 <브리짓 존스의 일기>처럼 사랑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여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작년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싱글즈>와 비교할 수 있겠네요. <싱글즈>가 사랑과 일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자들을 위한 영화였다면 <내 남자의 로맨스>는 7년간 연애중인 무감각 커플이 사랑을 확인하는 영화입니다.
올해 한국영화계는 <그녀를 믿지 마세요> <인어공주>와 함께 괜찮은 로맨스 영화를 한편 더 얻었습니다. 두 편의 영화가 약간 된장국 냄새나는 전통의 맛에 웃음과 눈물을 더했다면, 이번에는 상큼하고 발랄한 치즈에 소주칵테일을 곁들여 먹는 맛입니다.
<단적비연수>와 <울랄라 시스터즈>를 만들었던 박제현 감독은 두번의 헛발질 끝에 결국 제대로 발끝으로 찍어차는 슈팅을 선보였습니다. 이 슈팅은 방향성이 정확해서 골문을 향해 제대로 날아갑니다. <단적비연수> 개봉 후에 박제현 감독은 이런 말을 했었죠. "좀더 뜨거운 가슴으로 찍어야 할 작품을 머리로, 기교로 만들었던 것"이 실패의 원인인 것 같다고요. 그래서일까요? 이번에는 따뜻한 가슴이 느껴집니다.
물론 이 영화에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결정적으로 남자주인공인 김상경은 <...홍반장>의 김주혁처럼 너무나 완벽한 이미지로 구축되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애인의 프로포즈만을 기다리는 여자를 정신적으로 성장시켜주는 이 남자는 '백마탄 남자'처럼 한가지 이미지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이것은 애초부터 여성 관객을 위해 영화가 기획되었기 때문이겠죠.
영화 속 조연들인 김정은의 친구들이 주인공을 위한 들러리 역할만을 한다는 것도 역시 아쉬운 점입니다. 첫 장면에서 김현주(김정은 분)가 나레이션으로 이들을 한명씩 열거하며 설명해준 것에 비하면 엄청난 푸대접이 아닐 수 없기에 실망스러운 부분이죠. 친구들의 사랑이야기가 나란히 펼쳐질 법도 한데 영화는 오로지 김정은에게로만 집중합니다.
또, 영화는 여성의 주체성, 독립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영화 중반에 흘리지만 결국 남자의 선택에 의해 좌우되는 여성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싱글즈>보다 더 퇴행한 지점에 놓여 있습니다. 프로포즈만을 기다리며 살아온 김현주는 그렇다 쳐도 톱스타인 은다영(오승현 분)마저 인간적인 면을 드러내는 것이 곧 여성적인 나약함과 혼동되면서 두 여자가 모두 한 남자의 구원을 기다리는 처지로 전락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매끄럽게 흘러가며 장점들을 더 부각시킵니다. 김정은의 연기는 코믹하면서도 청승맞은 역할에 딱 어울리고, 점점 골이 깊어가는 두 여자 사이의 감정은 진한 드라마를 만들어냅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칭찬할 만한 점은 사랑의 진정성을 그려내는데 성공했다는 점일 것입니다. 러브 스토리에서 생생하게 살아있는 사랑의 감정을 포착하는 것은 그 어떤 스펙터클보다 값진 것입니다. 그래서 그 감정을 무리없이 소화해낸 <내 남자의 로맨스>는 올 여름 대작들 틈바구니 속에서 더욱 돋보이는 한국영화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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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유창
마음으로부터 그림을 그립니다. 무의식으로부터 시를 씁니다.
비밀스럽게 여행을 떠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운명과 미래를 혼동하지 않습니다.
무심코 떨어뜨린 책갈피에서 21세기가 느껴집니다. 그곳은 슬픈 신세계입니다.
이별이란 말은 너무 슬퍼 '별리'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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