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마야 서울가자>와 <투가이즈> :::
양유창 | 2004년 07월 05일
조회 8314
7월 9일 동시개봉하는 두 편의 한국영화는 모두 코미디다. 같은 코미디 장르의 영화로 홍보전을 펼쳐야하는 각 영화사들은 지금 순간 순간이 전쟁 같을 것이다.
공포영화인 <령>과 <페이스>가 결국 한쪽이 개봉일을 바꾸면서 정면대결을 피했던 것을 상기해보면 두 코미디 영화의 동시개봉은 이례적인 것이다. 정말 영화에 자신 있거나 혹은 둘이 함께 시너지효과를 기대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어느 한쪽은 필패하게 되어 있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한 관객이 같은 날 두 편의 코미디 영화를 보러가는 일은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인 것은, 요즘 극장 관객의 숫자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6월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은 30%대로 떨어졌고, 전체적인 관객의 숫자도 줄었다. 따라서 <투 가이즈>와 <달마야 서울 가자>는 두개의 장애물을 통과해야 한다. 전반적인 한국영화 불황을 뚫고 관객을 유치할 수 있느냐가 그 첫번째 장애물이고, 또 서로에 대한 견제심리가 두번째 장애물이다. 7월 15일에는 <내 남자의 로맨스>와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가 개봉한다는 것을 상기하면 사실상 두 편의 영화에게는 별로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관객은 과연 둘중 어떤 영화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두 편을 먼저 본 필자의 소감으로는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가 쉽지 않다. 영화의 완성도는 별점 3개를 넘기 힘들 정도의 졸작들이지만, 한편은 3백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히트작의 속편으로 쉽게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고, 또 한편은 박중훈과 차태현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관객을 모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처럼 두 편 모두 제각각 흥행 요소를 갖고 있다. 그리고 이것을 바탕으로 영화는 애초에 기획되었고 또 쉽게 마케팅 포인트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두 영화의 호화스러움에 비해 정작 극장 안으로 들어섰을 때 느껴지는 분위기는 다르다. 두 편 모두 영화를 보는 내내 한숨을 쉬게 만드는데 그 한숨은 앞서 언급한 정형화된 요소들 때문에 그렇다. 즉, 극장에 들어서기 전에 이 영화에 대해 생각했던 모습에서 조금도 더 나아가지 못하거나 혹은 뒤떨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이 영화가 애초에 기획했던 컨셉이 그 자체로 넘지 못할 벽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두 편의 영화가 아쉬운 까닭은 무엇일까? 우선, 두 편 모두 예측가능한 상황을 우려먹고 있다. <달마야 서울 가자>는 <달마야 놀자>에서 더하기 빼기를 하고 나면 남는 것이 없는 영화다. <달마야 놀자>의 소재코미디를 그대로 재탕하고 있으면서도 그때의 재기발랄함은 많이 사라져버려 아쉽다. 또 <투 가이즈>는 두 얼뜨기 양아치가 큰 사건에 휘말린다는 전형적인 버디영화의 구성을 따르고 있는데, 두 배우의 매력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계속해서 겉돈다. 안타까운 연출력과 어설픈 시나리오 탓에 배우가 영화와 분리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다.
둘째, 아주 촌스럽다는 점. <투 가이즈>에서 차태현의 등장은 '뉴 키즈 온 더 블럭'의 '스텝 바이 스텝'과 함께한다. 80년대 아이들에게 어울릴 만한 이 곡으로 차태현은 졸지에 타임머신을 타고 20년 전으로 돌아간 듯 그의 풋풋한 반항끼는 자취를 감춘다. 또 박중훈은 등장할 때부터 계속해서 쌍욕을 내뱉으며 스스로 90년대 '투캅스' 형사식 푸근한 매력을 던져버리는데 이 두 배우를 촌스럽게 내팽겨치는 것은 이 영화의 중요한 패착 중 하나다. 21세기의 반도체 산업스파이 이야기를 하는 영화가 소재만큼 세련된 영화적 기법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는 지나치게 허구화되고 따라서 관객 역시 실소만 머금게 되는 것이다.
<달마야 서울가자>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스님이 서울여행에서 보여주는 신기한(?) 에피소드는 20년전 <부시맨>에서 절정에 달해 소진될 만큼 그동안 넘치도록 보아왔던 장면이고, 또 훌라후프-노래방-폭탄주로 이어지는 스님과 조폭의 대결 역시 촌스럽다는 표현이 아깝지 않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개봉을 앞둔 두 영화의 흥행성적은 곧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하지만 '흥행영화의 뻔한 속편'과 '촌스런 버디영화'의 흥행전선 사이에서 길을 잃은 영화의 완성도와 좋은 영화를 보고 싶은 관객의 욕구는 누구에게 보상받을 수 있을지 궁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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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유창
마음으로부터 그림을 그립니다. 무의식으로부터 시를 씁니다.
비밀스럽게 여행을 떠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운명과 미래를 혼동하지 않습니다.
무심코 떨어뜨린 책갈피에서 21세기가 느껴집니다. 그곳은 슬픈 신세계입니다.
이별이란 말은 너무 슬퍼 '별리'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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