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설국> 포르노가 아니라는 편견은 버려 :::
양유창 | 2004년 02월 24일
조회 19725
몇몇 스포츠신문에서 <신설국>에 유민이 '후에키 유우코'라는 자막으로 등장한다고 보도했습니다만, 사실과 달랐습니다. 유민이라는 이름으로 그대로 등장합니다. 또 영화와 소설 모두 수작이라고 보도했습니다만, 역시 사실과 달랐습니다. 영화는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의 완성도를 자랑(?)했고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을 리메이크한 사사쿠라 아키라의 [신설국]이라는 소설 역시 기대 이하의 작품이었습니다. 무엇이든 실체를 확인하지 않고 소문을 보도하는 태도는 나쁜 것입니다.
소설 [설국]은 사물의 묘사와 인식의 흐름을 작법화하여 한 산골마을의 중년남자와 게이샤를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독특한 문체로 호평받았습니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이 책 역시 그다지 새로운 맛은 없었지만, 노벨상은 그 작가의 전체 업적에 대해 평가하는 일이므로 굳이 이 소설이 훌륭하지 않아도 작가는 기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다시 쓴 소설 [신설국]은 그러나 [설국]보다 더합니다. 여기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중년남자와 게이샤의 통속적인 러브스토리만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이 3류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 바로 고토 고이치의 영화 <신설국>입니다.
저는 이 감독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나면 그가 정말 얼마나 실력이 없는 감독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신적으로 얼마나 늙은 감독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차마 저런 방식으로 진행되지는 않겠지라고 생각했던 편집, 그 최악의 가능성을 모두 보여주고 있습니다. 같은 날 촬영한 분량에서는 인물들이 모두 똑같은 옷을 입고 나옵니다. 한 번 찍은 장면을 재탕 삼탕 보여주며 러닝타임을 늘리고 있습니다. 남자와 여자 모두 연기를 너무 못해서 도저히 감정이입이 안됩니다.
이 영화가 유민 포르노로 취급되는 것에 저는 반대합니다만, 실체를 확인한 지금 드는 생각은, 그렇다고해서 이 영화가 포르노가 아니라는 편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넓은 의미의 포르노에 이 영화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포르노에 대해 제가 나름대로 세운 기준을 적용해볼까요?
1. 인물들이 별다른 사유 없이 정사행위를 한다.
2. 정사행위와 드라마의 흐름 사이에 개연성이 없다.
3. 관객들의 관음증을 자극한다.
위 사항이 모두 해당됩니다. 단지 정사행위가 많이 등장하지 않을 뿐입니다. 유민은 별다른 이유도 없이 옷을 훌러덩 벗어던집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치마를 들어올리고 중년 남자가 뒤에서 안으면서 흐느끼는 듯한(?) 장면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마치 유민은 싫어 죽겠는데 남자가 자꾸 보채는 듯 보입니다. 극의 흐름상 그것이 아닐텐데 관객에게 전달되지 않습니다.
생을 포기하려는 중년 남자가 눈이 많은 마을에서 한 게이샤를 만나고 공통점을 발견하며 사랑한다는 이야기. 하지만 실연의 고통을 안고 사는 여자를 연기하기에 유민은 지나치게 어려보이고 무표정합니다. 담배만 피워대는 중년 남자 역시 연기 못하기로 따지면 대적할 자가 없습니다.
음악과 화면의 엇박자, 툭툭 끊기는 편집, 기가막혀서 비웃음이 나오게 만드는 연출력, 눈이 가득한 서정적인 화면에 걸맞지 않는 지나치게 직설적인 촬영.. 또 뭐가 있을까요? 마치 작년 한국영화 <하늘정원>이 떠오릅니다. 안재욱과 이은주의 슬픈 사랑이야기가 상영되는 중에 객석에는 황당한 웃음이 나풀거렸었죠.
<신설국>은 그런 영화입니다. 정말 못만든 영화를 보고 싶으신 분들은 무언가 교훈을 얻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나라면 저렇게 하지 않고 이렇게 했을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가득한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이 영화가 '유민 포르노'로 둔갑한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영화를 보고나니 새로운 개념의 '포르노'로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유민이 포르노라 생각하고 이 영화를 찍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유민은 분명히 스포츠신문을 비롯한 '밝히는' 네티즌들의 희생양이 되었습니다. 또 영화를 만든 감독이나 제작진들이 일부러 이렇게 했다고 생각지도 않습니다. 다만 그들은 실력이 없었을 뿐입니다. 따라서 아무리 영화가 개판 5분전이라고 해도 그 진정성 만은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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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유창
마음으로부터 그림을 그립니다. 무의식으로부터 시를 씁니다.
비밀스럽게 여행을 떠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운명과 미래를 혼동하지 않습니다.
무심코 떨어뜨린 책갈피에서 21세기가 느껴집니다. 그곳은 슬픈 신세계입니다.
이별이란 말은 너무 슬퍼 '별리'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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