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짓말>의 개봉에 부쳐... :::
양유창 | 2000년 01월 08일
조회 11403
논란속의 영화 <거짓말>의 개봉일이 1월 8일로 다가왔다.
신씨네 영화사가 검찰에 고발까지 해가며 빚어진
인터넷 상의 포르노 논쟁, 베니스 영화제에서의 집행위원장과
현지언론 사이의 논란, 극단적으로 갈리는 평가,
장정일의 원작 파문과 법정구속,
국내 언론의 지나치게 선정적인 반응, 덧붙여 TV 데뷔에 성공한
김태연 스토리와 장선우 감독 영화 특유의 성적 문란함까지
덧붙여져 1999년을 뜨겁게 달구었던 바로 그 영화 <거짓말>.
솔직히 영화화 발표 자체가 선정주의의 극단이었던 <거짓말>.
장선우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진흙속에 핀 연꽃처럼'
이 영화는 사랑이야기입니다.
다소 생경할 지라도 어디선가 일상적으로 나누고 있는
그런 것 말입니다.
선(善)과 악(惡), 미(美)와 추(醜)의 분별을 버리고 보면
그것도 삶이고 사랑이죠.
사랑이 뭐 별건가요. 어찌보면 허망한건데...
너무들 미화하는 건 아니었나요?
비애만 가득한 한 편의 영화...
그러면서도 적잖이 웃기는 영화...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솔직함입니다."
웃기는 말이다. 장선우 감독은 <화엄경> 때부터 영화마다
불교사상을 들먹이면서 영화팬들을 역겨움으로 몰아넣고 있다.
굳이 사랑의 허망함을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포르노를 차용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어찌보면 섹스=사랑 이라는 등식 자체가
감독의 인생관을 의심하게 만든다. 사도 마조히즘을 모르면
사도 마조히즘을 그리지 않으면 된다. 모르면서 아는 체하는 것은
어떤 의도를 왜곡시킬 수 있다.
이 영화는 <나쁜영화>의 연장선상에 있다.
동네 양아치들을 소재로한 개날라리 영화였던 <나쁜영화>는
결국 어떤 집단으로부터도 호응을 얻지 못하고,
(오로지 변태성욕자와 일부 컬트 평론가들만 이 영화를 평가했다)
다만 장선우라는 이름을 괴짜 감독으로 세계에 알렸다.
<나쁜영화>의 썰렁한 유머와 <너에게 나를 보낸다>의
지치는 성담론, <꽃잎>의 엉성한 드라마가 어울린다면
어떤 영화가 될까? 답은 여기에 있다. <거짓말>
<나쁜영화>의 음악을 맡았던 달파란(강기영)의 음악은
여전히 퇴폐적이고, 베를린에서 미술을 전공한 이상현과
3류 모델 출신 김태연의 연기는 그들이 몸을 사리지 않는
노력파라는 점을 제외하면 솔직히 봐줄 것이 못된다.
하지만, <거짓말>에도 미덕은 있다. 지루하고
감독의 뻔뻔하고 무지한 입담, 원작의 뉘앙스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 대사들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는 동안 만큼은
충분히 성의 역할이나 구속 등에 대해 잊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성은 얼마나 억압되었고 또는 너무 방종스러운가.
물론 우리는 언론이나 미디어가 사회 속의 실제 성을
너무 미화하고 감추고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 해결책이 <거짓말>이어서는 안된다.
사회의 긍정적인 면을 볼 것을 권유하며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지나친 확대재생산에 따른 지나친 소비에 있다.
적어도 대한민국의 누구나 O양과 함께 거짓말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피해자는 누구인가? O양인가 아니면 O양을
몰래 지켜보며 매도해온 우리인가? 아니면 거짓말인가
혹은 거짓말을 당당히 극장가서 '다시' 보게될 우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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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유창
마음으로부터 그림을 그립니다. 무의식으로부터 시를 씁니다.
비밀스럽게 여행을 떠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운명과 미래를 혼동하지 않습니다.
무심코 떨어뜨린 책갈피에서 21세기가 느껴집니다. 그곳은 슬픈 신세계입니다.
이별이란 말은 너무 슬퍼 '별리'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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