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틀 키드의 삶과 죽음
글: 양유창
2001년 02월 25일
"나, 너, 우리는 영화에서 놀이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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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 U a fiction? ⓒ raymond yang |
그래서 차라리 전 허구인 이야기가 좋습니다. 제가 제 사진을 찍을 때 저는 그냥 픽션이라고 말하겠습니다. 저 위에 보이는 저 사진 픽션입니다. 가짜라구요. 하지만 믿어주세요. 진짜 같은 가짜니까요. 우리들이 샤넬이나 구찌 이미테이션, 가짜 버버리, 빈센트 반 고흐 복사품을 가지고 있는 것과 똑같은 이치입니다. 저도 가짜 제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런데 자꾸 쳐다보게 되네요, 진짜같은 가짜를 말이죠.
"마음을 열면 어떻게 되나요?" "회복되죠."
영화를 만든다는 건 마음을 여는 것과의 싸움인 것 같습니다.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이나 LCD 모니터를 마주앉아 보는 2시간 남짓되는 시간 동안 사람의 마음을 열지 못하면 그 영화는 잊혀지니까요. 그래서 영화는 어떻게 하면 사람의 마음을 좀더 빨리 열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방법으로 발달되어져 왔습니다. 내가 화려한 볼거리를 보여주고 싶다면 영화의 초반부에 액션을 터뜨려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어둠 속의 댄서>는 무지화면으로 시작합니다. 어두운 극장 안에서 컴컴한 화면을 대하는 기분. 이미 <유로파>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 적 있죠? 라스 본 트리에는 마음을 여는 데 선수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두번째 사진은 마음을 여는 책을 찍은 겁니다. 책장이 훌훌 넘어가는 사이사이에 제 마음이 있습니다. 사실 그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활자가 나오게 사진을 찍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사회는 범죄자를 용서하지만 꿈꾸는 자는 용서하지 않는다."
사회는 버스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리고 가끔 택시들도 보입니다. 택시를 타고 가는 사람들은 분명 버스에 서서 졸고 있는 아저씨들보다는 행복할 것입니다. 저는 지하철이 지겨우면 버스를 탑니다. 버스에서는 달리는 차창 밖을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생에서 10대를 가장 형편없게 보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안일하고 컴플렉스에 묻힌 삶이었습니다. 요즘 10대들을 보면 더 그런 부러움을 느끼지요. 전 제도권 속에서 아무것도 배우려고 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드러내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또 아무것도 꿈꾸지 않았습니다. 그것도 제 의지가 아닌 채로 말이지요.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구나, 적극적이지 못했던 게 후회됩니다. 그렇다고 제가 요즘 열 몇 살에 대표이사가 되고 영화감독이 되는 아이들을 부러워하는 게 아닙니다. 제가 부러운 건 오히려 10대를 자기 나름의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투자하고 즐겼던 아이들입니다. 특히 그걸 즐겼던 아이들. 꿈꾸는 자보다 꿈을 즐기는 자들이 더 부러운 건 내 꿈이 너무나 쉽게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 그냥 잠만 자면 되었으니까요, 꿈은 그냥 편안한 잠 속에 딸린 부록 같은 거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 꿈을 즐기려면 그 꿈을 항상 기억하고 일기장 같은 데 적어놓고 수시로 꺼내보아야 하는 겁니다. 그걸 하기 위해서는 자기의지가 필요하죠. 그건 또 가치관의 문제구요. 어쨌든 가치관을 가지고 꿈을 즐길 준비가 되어 있다면, 용서받을 준비도 되어 있는 겁니다. 아참 저 위의 멘트는 오스카 와일드가 한 말입니다. 그는 자신이 구원받지 못했다고 생각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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