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영화로 왈츠를 추다
글: 양유창
2001년 02월 16일
1. 멜로드라마를 보러가다
한국에는 참 멜로드라마가 많다. TV 뿐만 아니라 극장에도 넘쳐난다. 멜로드라마 때문에 다른 장르가 가려지는 일은 없어야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처럼 멜로드라마가 많은 게 불만인 것은 아니다. "멜로드라마 너무 많아!" 라고 말하기에는 우리 멜로드라마들의 수준은 꽤 높은 것 같으니까.
<하루>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올 겨울 3편의 멜로영화 트리오인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와 <번지점프를 하다>는 정말 훌륭한 멜로영화라고 생각한다. 흠, 사실 '멜로'라는 단어는 국적 불명의 단어다. 보통 장르구분을 할 때 '멜로' 대신 '로맨스'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외국사람에게 '멜로'라고 말하면 추가설명이 필요할 정도라고 할까.
두 편 다 신인감독의 영화인데,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신인감독의 영화들인 <광시곡>이나 <7인의 새벽>, <천사몽> 등과 비교해 보았을 때 확실히 구분이 된다. 앞의 두 편의 감독인 박흥식과 김대승에게는 앞으로 영화사들의 섭외가 밀려올 테지만, 후자의 감독들은 이제 영화계를 떠나거나 혹은 다시 연출을 맡으려면 몇 년을 고생해야 할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국에서 감독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첫 영화로 로맨스를 택하는 게 도움이 될 듯싶다. 우리나라에서는 영화 초창기부터 워낙 멜로영화가 많았고 5,60년대에는 제작되는 영화의 70%가 멜로영화일 정도로 강세였기 때문에 그 노하우가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는 것. 따라서 주위에서 조언받을 선배들도 많고 장인들도 많다. 80년대에 무협이나 액션영화를 위해 홍콩을 찾았던 것처럼 이제 로맨스 하면 한국이 떠올라야 하는 것 아닐까?
한국 멜로영화가 강세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보다 TV에서 찾을 수 있다. TV를 켜보라. 어떤 채널에서도 바로 멜로드라마와 만날 수 있을 정도다. 중국이나 대만 등 동아시아에서는 '한류'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한국 드라마나 연예인이 인기라고 하는데 이것 역시 한국 멜로드라마의 국제경쟁력에서 기인한 사건이다. 그동안 시민단체나 옴부즈만 프로그램 등에서는 한국에 드라마가 너무 많다고 비판해왔지만, 오히려 너무 많다고 생각했던 그런 것들이 알게모르게 경쟁력이 되어오고 있었다. 아마 멜로드라마나 댄스그룹에 있어서는 한국이 세계 최고의 양과 질을 갖고 있는 것 아닐까?
2. 태희는 죽고 인우와 현빈은 번지점프를 하러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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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왈츠 출 줄 알아요? |
<번지점프를 하다> 마지막 장면 - 카메라가 계곡을 따라 이동하면서 이병헌의 나레이션이 나오는데 현기증이 났다. 머리가 어지럽고 눈물이 났다. 괜히 감상적인 기분. 난 정말 영화에 잘 빠지는 편이다. 이 영화를 보고는 왈츠를 추고 싶어졌다.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이병헌이 이은주에게 달려가 신발끈을 매준 후 새끼손가락 마법을 걸었어요, 라고 말하는 장면과 바닷가에서 왈츠를 추는 장면, 그리고 2000년의 이병헌이 여현수에게 전화를 걸면서 긴장하는 장면이다. 반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담배 훔친 소년이 등장하는 장면(왜 나와야 하는지 모르겠다)과 마치 <사랑과 영혼> 같은 플랫폼에서의 마지막 재회장면(왜 필연적인지는 이해가 되지만 가슴 속까지 동화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교실에서 동성연애자라는 이유로 학생들이 이병헌을 놀리는 장면(정말 요즘 학생들이 이렇게 할 것 같지는 않다) 등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번지점프를 하다> 같은 영화가 있어서 좋다. 이 영화는 그리 새롭지는 않지만, 존재한다는 것 자체로 멋진 영화다. 멜로드라마의 또다른 발전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할까, 계속 진화하고 발전한다는 느낌이 들 만큼 생동감이 넘쳐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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