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트> 아무것도 하지 말았어야 하나
글: 양유창
2008년 12월 30일
(스포일러 경고)
평온해보이는 바닷가 근처의 마을에 스멀스멀 안개가 밀려온다. 마치 존 카펜터의 <안개>의 오프닝처럼 보이는 이 장면부터 데이빗과 그의 아들이 쇼핑몰에 가기 전까지 평화로운 작은 마을에 작은 사건들이 조용조용 그려진다.
거대한 촉수를 가진 괴물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이 영화는 그저 공포에 빠진 인간군상들의 면면을 보여주는 영화가 됐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런 편이 나았을 지도 모른다. 파리와 거미를 확대시켜놓은 듯한 괴물의 등장은 쇼킹했지만 이 영화의 엉성한 드라마만큼은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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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생크 탈출>로 알려진 프랭크 다라본트가 <마제스틱> 이후 6년만에 만든 영화인 <미스트>는 사실 원작인 스티븐 킹의 이름값에 눌려서 그런지 그동안 프랭크 다라본트가 써왔던 휴머니즘과는 거리가 먼 영화가 되었다. 혹은 어쩌면 그의 초기작인 <플라이 2>로 돌아가려고 시도했는지도 모르겠다. <쇼생크 탈출>과 <프랑켄슈타인> <그린 마일>의 휴머니스트의 모습보다도 영민한 각색자로서의 모습이 자신의 본모습이라고 말하려는 듯하다.
보통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 공간에 갇히게 되면 인간의 본성에 대한 비판적인 이야기가 나오기 마련이다. 영화가 의도적으로 철학적이든 그렇지 않든간에 스토리는 비평가들에 의해 그것이 인간군상의 씁쓸한 모습이라고 떠벌려지기 마련이니까. <미스트>는 종교에 기반을 두고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시도했으나 단 한 방의 총알로 인해 모든 사건이 종료되고 다시 괴물로 이야기가 집중되는 황당한 스토리가 진행된다. 얼마나 편리한가. 이 무슨 '데우스 마키나'인가.
결말은 더욱 더 황당하다. 가족들 다 죽이고 혼자 남는다. 그래서 뭐 어쩌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일까. 그럴 바에야 차라리 마지막 장면에서 쇼핑몰에 갇혀 있던 사람들이 짚차에 타고 주인공을 비웃었으면 더 좋았을 뻔했다.
군대의 특수한 연구에 의해 하늘에 공간이 열리고 다른 세계에서 다른 생명체가 이곳으로 넘어왔다는 설정은 사실 약간 클래식한 설정이다. 한때 이러한 종류의 이야기가 유행했던 것 같다. 미국 B급 공포영화의 어떤 경향이랄까. 스티븐 킹의 1980년 소설 [The Mist] 역시 외계인과 우주에 대한 상상력이 풍부하던 당시 시대상황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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