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itation of Life

<색, 계> 그 남자 뱀처럼 나를 파고들어요


글: 양유창
2008년 02월 20일

그 남자 뱀처럼 나를 파고들어요
언젠가는 내 머리 속까지 파고들 것 같아...



色 Lust 욕망

<색, 계>는 시종일관 긴장감이 넘친다. 그래서 견디기 힘든 영화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를 떠올리게 하는 두 남녀의 관계는
서로를 집착하고 경계하지만 끌려들어갈 수 밖에 없게 한다.

그때 그 남자가 3년 전에 키스했더라면...

욕망을 지나치게 자제한 남자는 혁명투사가 되지도 못한 채 스러져 가고
그 남자에 끌려 얼떨결에 혁명에 가담코자 한 여자는
사랑을 얻지도 못한 채 스파이 노릇을 하며 스스로 파탄에 빠진다.

그리고 6캐럿의 다이아몬드가 모든 것을 바꿔버린다.
뼛속 깊숙히 그의 정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왕지아즈는
그의 사랑을 확인하고 그를 구출하는 것으로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다.



戒 Caution 경계

영화의 전반부 1시간 30분 가량은 배경설명이다.
시대를 설명하고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해 긴 시간을 보내야 한다.
다소 길지만 이것이 어쩌면 이안 감독의 특기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꺼내놓기 위해 빙빙 돌면서 성벽을 만들어간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시작됐을때 그 주제는 성벽 밖으로 새나가지 않고 더욱 돋보인다.

탕웨이는 힘든 연기를 했지만 사실 이 역할을 완전히 소화하지는 못했다.
그녀에게는 그를 갈구하는 눈빛이 보이지 않아서
마지막 장면에 그에게 도망치라고 하는 장면이 간절하게 와닿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은 것은 양조위의 연기다.
무표정한 모습의 섹스씬에서 이 남자의 강렬함이 느껴진다.
수없이 경계하면서도 또 욕망에 스스로를 고문하는 남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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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다양한 소재를 보편적인 시각에서 다루어온 이안 감독.
그는 어떤 이야기를 하던 간에 욕망과 경계를 조화시키는데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것 같다.
베니스에서 2년 연속으로 황금사자상을 가져올 수 있는 그 능력은
평범한 듯 보이면서도 그 속에 살짝 비범함의 6캐럿 다이아몬드를 숨겨놓는 식이다.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능력이 너무 탁월해서 쉽게 비판하기 힘들 정도다.

그런데 한국에서 일제 시대 이완용 등 친일파를 소재로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언젠가는 신격화되고 민감한 소재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접근할 때가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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