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허진호
글: 양유창
2007년 10월 13일
허진호의 <행복>은 실망스러운 영화다.
<외출>의 지루한 실패 이후 허진호는 안전한 멜로드라마를 택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이제 더이상 허진호의 영화가 새롭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었다.
임수정의 연기를 제외하고 <행복>을 보면서 도대체 어디서 행복해야 하는지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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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의 등장 때문인지 왠지 모르게 자꾸만 <너는 내운명>을 떠올리게 되는 이 영화는 하지만 <너는 내 운명> 보다 덜 질퍽하고 허진호의 최고 작품이었던 <봄날은 간다> 보다 덜 사려깊다.
멜로드라마의 두개의 극단적인 지점, 그 중간에서 어떤 좌표를 찾아가는 듯 보이지만 진부한 클리쉐들과 지나치게 교훈적인 스토리라인에 갇혀 결국 길을 잃고 만다.
허진호 영화의 남성들은 지금까지 지고지순한 편이었다.
그 때문인지 <행복>의 갈팡질팡하는 황정민은 뭔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이다. 캐릭터를 소화하지 못하고 겉돈다고 해야할까 혹은 갈피를 못잡는 연출력의 문제일까.
또 시골과 도시로 강렬하게 대비되는 희망의 집과 나이트클럽, 그리고 전원주택과 세종로 오피스텔. 하지만 이런 극단적인 대비는 좀 유치하지 않은가.
무슨 자연으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마지막 장면도 허진호 답지 않게 지나치게 교훈적이다.
황정민의 통곡은 <파이란>의 최민식을 떠올리게 하지만 <파이란>에서는 얼굴도 알지 못하던 여자라는 어떤 신비한 느낌이라도 있었다. 하지만 <행복>은 마치 배용준이 <스캔들>에서 그랬던 것처럼 뭔가 관객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해서 눈물을 흘리게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것 같다.
<외출>로 관객과의 소통에 실패한 두려움 때문일까?
<행복>으로 관객을 붙잡아두는 데는 어느정도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그에게 바라마지 않았던 신선한 감각에 대한 기대는 여지없이 허물어졌다.
이래도 또다시 허진호의 다음 영화를 기다려야할까?
이제 그도 나이 들어 감수성이 무뎌진 것은 아닐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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