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일기>
글: 양유창
2005년 05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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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지 가와이의 웅장한 음악이 울려퍼지면 남극의 설원이 화면 가득히 펼쳐집니다. 뉴질랜드에서 고생하며 찍었다는 남극의 풍경은 그 자체로 영화의 주제이기도 합니다. 인간이 다다를 수 있는 극한의 장소인 남극에서 인간들의 관계가 어떻게 극단적으로 파멸에 이를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영화가 바로 <남극일기>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기 전의 기대와 달리, 영화를 보고 나서 이 영화를 칭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정말 고생하면서 만들었겠구나"하는 동정심으로 영화를 평가할 관객은 별로 없겠죠. 중국 사막에서 고생해가면서 만든 <무사>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것 만큼이나 <남극일기> 역시 노력에 비하면 결과가 아쉽습니다. 스케일에 대한 강박관념, 무언가 근사한 작품을 만들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영화 만들기 자체를 힘들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영화를 만든 사람이 영화를 장악하지 못하고 곳곳에서 뚫리는 구멍을 막느라고 고군분투하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남극일기>를 보고 있노라면 <알포인트>와 <샤이닝>이 동시에 떠오릅니다. 하지만 <알포인트> 만큼 공포로 가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고, <샤이닝> 만큼 인물 탐구가 뛰어난 것도 아닙니다.
남극의 '도달불능점'을 향해 떠난 6명의 원정대가 있습니다. 이들이 남극에 온 이유는 저마다 다릅니다. 그저 탐험이 좋아서 온 사람, 명예와 부를 얻기 위해 온 사람, 대장의 카리스마에 반해 동행한 초보 탐험가, 그리고 죽은 아들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온 대장까지. 동기는 다르지만 목적은 하나입니다. 그곳에 도착하는 것.
하지만 계속되는 기상악화로 대원들은 탈진 상태에 이르고 대원 실종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이들은 탐험 포기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단 한 사람 무조건 도달불능점까지 가겠다는 의지를 가진 대장을 빼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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