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파이터> 필살기가 없다
글: 양유창
2004년 08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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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로 가득한 액션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뭘까? 같은 발차기라도 어떻게 하면 더 역동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인가, 또 주인공에게 관객이 얼마나 동화되도록 만들 수 있는가가 아닐까? 양윤호 감독의 <바람의 파이터>는 여기에 전기영화라는 함수를 하나 더 얹고 출발한다. 이제 한 무술인의 일대기를 다룬 전기영화로서 <바람의 파이터>가 돌파해야하는 숙제는 영화 속에서 무술 요소와 전기 요소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이다.
전반적으로 이 영화의 만듦새는 깔끔하다. 양윤호 감독은 무술과 드라마라는 두마리 토끼를 최소한 놓치지는 않았다. 양동근이 상당 부분을 직접 연기한 무술은 박진감 넘치고 러브스토리가 살짝 가미된 드라마는 푸근함이 녹아 있다. 하지만, 크게 욕먹을 만한 부분이 없다는 것은 이 영화의 단점도 될 수 있다. 양윤호 감독은 이전 영화 <리베라 메>에서도 그랬듯이 밸런스에 신경 쓰느라 정작 중요한 부분을 건너뛴다. 무술로 치자면 '필살기'를 보여주지 못했고, 드라마로 치자면 '결정적 순간'이 없는 셈이다.
최배달. 그는 1994년 죽기 전까지 일본에서 한국인 컴플렉스를 무술로 깨려고 했던 전설적인 조선인이었다. 일본 최고의 사무라이라 불리는 미야모토 무사시의 [오륜서]를 교본 삼아 산 속에서 무예를 익혀 일본식 가라데로 일본의 고수들을 모두 제압한 그는 사실 무술실력 보다는 맨 손으로 바위를 깨뜨렸다는 일화나 황소를 쓰러뜨리고 뿔을 뽑았다는 식의 경의로운 괴력의 소유자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영화는 복싱으로 조선에서 소일하던 그가 어느날 소년 비행사 모집광고를 보고 일본으로 잠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빠칭코 기계로 연명하는 친구 춘배(정태우)와 함께 지내다가 야쿠자를 만나게 되는데 야쿠자에게 목숨을 구걸하는 신세가 되면서 강해지고 싶다는 욕망에 눈뜨게 된다.
영화의 도입부는 빠르게 전개되면서 사건을 나열한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마치 시간에 쫓기는 단막극처럼 일본의 최배달이 '파이터'로서 성장하는 과정이 단순하게 압축되어 있다는 것이다. 최배달이 왜 무술에 탐닉하게 되는지는 이 영화를 감상하는데 있어 아주 중요한 질문 중의 하나이지만, 영화는 그 동기를 자신의 무술 스승인 범수(정두홍)의 죽음으로 한정지음으로 인해 최배달이라는 인간 그 자체의 탐구에는 소홀해지고 말았다.
최배달은 스승의 죽음 이후 산 속으로 들어가 수련한다. 그리고 강인한 남자가 되어 돌아와 일본 무술계에 도전장을 던진다. 비록 "왜?"라는 질문이 실종되기는 했지만 그가 무도를 연마하는 장면은 리얼리티가 살아 있고, 누더기만 걸친 그가 실력자들을 하나씩 제압하는 장면은 쾌감이 넘친다. 여러 격투들의 교차편집, 최후의 결투를 위한 분위기 조성 등 영화는 액션 장면에 많은 공을 들였다. 한마디로 가라데 무술을 카메라로 담을 때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동원해본 것 같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모든 기교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최배달을 다룬 영화라는 특징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최배달만이 보여줄 수 있었던 무술이 부각되지 않고 그저 힘과 예의만 강조되다보니 그가 어떤 방법으로 일본 무도계를 평정했는지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은 이 영화의 약점이다.
최배달 역의 양동근은 적역처럼 어울린다. 애초의 캐스팅처럼 비가 연기했다면 너무 미끈한 영화가 됐을 것이다. 양동근이라는 배우의 투박하고 거친 외모와 다소 엉뚱한 말투, 거기에 수줍은 소년의 미소가 겹쳐지면서 최배달은 자칫 강인한 싸움꾼으로만 비춰질 수 있었던 역할에 인간미를 더했다.
일본과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에는 가토 마사야와 히라야마 아야라는 두 배우가 출연하고 있는데, 일본군 장교로 등장했다가 나중에 일본 검도의 자존심으로 최배달과 한판 대결을 벌이는 가토 마사야의 카리스마는 단연 눈부시다. 어디서 봤나 했더니 미이케 다카시의 <아지테이터>와 <크라잉 프리맨>에서 각각 야쿠자로 등장했던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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