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글: 양유창
2004년 0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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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주 오래전에 봤었기 때문에 그동안 이 영화에 대한 오해가 많았다. 가령 제니퍼 코넬리의 성인 역을 엘리자베스 맥거번이 맡았는데, 나는 그녀를 금발의 튜스데이 웰드와 착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시보니 제니퍼 코넬리가 엘리자베스 맥거번으로 성장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다. 아역을 맡은 배우와 성인 배우가 어쩌면 그렇게 닮았는지!
또, 이 영화가 금주법 시대를 다뤘다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노조와 정치판이 등장하는 것을 보니 유럽식 사회주의의 관점에서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느껴진다. 신생아실의 아이를 바꿔치기 하면서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뭐 아무렴 어때? 어떤 놈은 팔자 피겠고 어떤 놈은 구질구질해지겠지. 인간을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아닌 공동체에서 길러야 한다는 것은 18세기말에나 있었던 대단히 급진적인 사고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정말 강렬하다. 로버트 드 니로가 마약을 피우며 기묘한 웃음을 짓는 것이 클로즈업으로 잡히는데 한마디로 미쳐버린거다. 옛날 옛적 미국사회에서 배신하고 배신당하고 기관총 갈겨대고 강도짓하다가 결국 친구도 잃고 돈도 잃고 정신은 피폐해져버렸다.
지독한 낭만주의. 결국 조폭영화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 영화. 얼치기 소년갱들이 성장하면서 나름대로 조직을 만들어 불법 사업하는 이 영화. 이 모든 것들이 엔니오 모리꼬네의 낭만적인 음악으로 서정적으로 장식되어 있다.
나는 영화의 첫 장면, 전화벨소리가 울리는 장면을 무척 좋아한다. 화면이 여러번 겹치는 와중에 전화벨소리는 계속 울린다. 도대체 어디서 전화가 온건지 알 수가 없다.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소리로 사용된 전화벨은 누들스에게 30년만에 옛 친구를 찾아나서게 만든다.
안타까운 것은, 제임스 우즈와 로버트 드 니로가 연방준비은행 범행모의를 한 이후 사건에 대한 철저한 생략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갑자기 30년을 건너뛰는 바람에 그동안 물흐르듯 이어온 느낌이 단절되어버렸다. 세르지오 레오네가 죽지만 않았어도 감독판을 다시 만들어달라고 조를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