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베라 메> 괜찮은 우울함 :::
양유창 | 2000년 11월 12일
조회 3123
헬기에서 찍은 부산항구의 전경. 그래 바로 이거야, "헐리우드에서 맨날 뉴욕항구를 비춰줄 때 부러웠는데, 우리도 우리 도시의 전경을 갖게 됐어" 라고 감탄했다. 정말 영화는 실망스럽지 않았다. 제법 헐리우드에서 3천만불(300억원) 정도 들인 영화를 보는 듯했다. 비록 이 영화는 30억원 밖에 쓰지 않았지만.
부산시의 지원을 받아 병원과 주유소를 포함한 세 곳에 불을 질렀고, 놓칠세라 카메라에 불을 담았다. 불이 주인공이었던 <분노의 역류>를 통해 우리에게 알려졌던 "불이 살아 숨쉬고 있어" 라는 컨셉은 여전히 유효했고, 그 속에서 우리는 인명구조, 화재진압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소방관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양윤호 감독은 전작 <유리>, <미스터 콘돔>, <짱> 등을 통해 전혀 다른 영화를 선보였던 인물로 이번에는 전작의 실망스러움을 충분히 만회할 만한 승부를 냈다.
범인이 등장하고, 사건을 통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소방관들이 등장한다. 드라마보다는 방화를 통한 인과관계에 영화를 이끌어가는 힘이 있고, 또 연기자들의 멋진 연기가 그 힘을 받쳐준다. 차승원과 최민수는 소방관과 방화범이 훌륭한 맞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가위>에 이어 이번에도 일찍 죽는 유지태는 단지 스타로 안주하지만은 않는 연기자였다.
맥없이 다음 장면을 그냥 기다리던 <단적비연수>에 비해 이 영화는 훨씬 더 볼만한 가치가 있다. 주제에 집중하는 영화. 여기에는 그 흔한 사랑 이야기마저 없지만, 그로 인해 영화가 훨씬 짜임새 있게 만들어졌다. 단지 소방관들을 위한 계몽영화 같았던 <싸이렌> 보다는 한 수 위다.
영화를 보는 내내 <분노의 역류>를 떠올렸다. 그 영화가 아마도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였을테니까. <분노의 역류>는 불이 숨을 쉬는 듯한 예고편 하나로 흥행에 성공해 당시 첫 주에 3천만불을 벌어들인 영화다. "네가 가면 나도 간다"라는 대사로 유명해진 <분노의 역류>는 우정을 강조하면서 소방관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이끌리게 했다.
하지만, <리베라 메>는 그보다는 조금 우울하다. 물론 동료의 죽음에 슬퍼하고 순직한 박상면에 경례를 올리는 등 전형적인 상투성으로 예를 차리고는 있지만, 오히려 그보다 리얼리티에 충실해 이 영화를 보고 소방관이 되겠다는 사람은 많지 않을 듯싶다.
사실 <리베라 메>의 우울함은 좀 의외였다. "우리를 구원하소서"라는 헤드카피에서 설마 하고 짐작했지만, 한국 영화시장에서 이런 돈을 들여 우울한 영화를 찍을 것이라고는 별로 생각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소위 한국형 블록버스터로 기록된 영화들인 <쉬리>, <비천무> 등이 사랑의 환타지로 막을 내린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내 입장에서는 그런 우울함이 영화를 살려주었다는 생각이지만, 과연 관객들이 <리베라 메>를 선택할까? 굳이 <단적비연수>를 보러온 사람이 아니라면 대신 <리베라 메>를 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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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유창
마음으로부터 그림을 그립니다. 무의식으로부터 시를 씁니다.
비밀스럽게 여행을 떠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운명과 미래를 혼동하지 않습니다.
무심코 떨어뜨린 책갈피에서 21세기가 느껴집니다. 그곳은 슬픈 신세계입니다.
이별이란 말은 너무 슬퍼 '별리'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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