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완전정복> 모두가 공감하는 영어 콤플렉스

리뷰

<영어완전정복> 모두가 공감하는 영어 콤플렉스 :::

서로 목적이 다른 두 남녀의 유쾌한 사랑 만들기

박찬균 | 2003년 11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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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보면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들의 소재선택에 무릎을 탁 치게 하는 것들이 참 많다. 그러한 창의성과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영화 시장을 살찌우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영어완전정복>은 그러한 참신한 소재 발굴이라는 큰 업적을 이룬 영화로 볼 수 있다. 오랫동안 우리 국민을 괴롭혀온(?) ‘영어’에 대한 고민과 병폐, 그리고 현실에 대한 공감대를 주는 상황 설정 등은 이 영화의 장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히려 지금까지 이런 소재가 왜 영화화 돼 지 않았는지 궁금할 정도로 설정만 봐도 웃음보가 터질 만한 상황들이 쉴 새 없이 그려진다.

동사무소에 근무하는 나영주(이나영)와 백화점 숙녀화 매장의 직원 박문수(장혁)간의 영어학원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지만 그들 둘만의 고민이 아닌 관객모두가 한번쯤 겪었을 만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동사무소 직원들을 대표해 억지로 영어를 배우게 된 영주와 `염불'(영어회화)보다는 `잿밥'(여자 꼬시기)에 눈이 먼 문수가 이야기의 기둥을 이루고 있다.

사랑하는 여자가 생기면 영어로 프로포즈하기 위해 학원을 찾았다는 문수는 영어 강사의 환심을 사기 위해 영어를 열심히 익히고, 문수의 작은 친절에 반한 영주는 문수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 영어 완전정복 작전에 돌입한다.

남성적 액션영화 전문 감독에서 일대 변신을 시도한 김성수 감독은 플래시 애니메이션과 콜라주 애니메이션 등을 동원해 신세대 관객에게 추파를 던지는가 하면 "It's Carrot.(당근이지)", "I Love You Long.(나는 너를 사랑하지롱)" 등의 이미 널리 알려진 익숙한 영어 유머지만 전혀 유치하지 않을 정도로 공감대가 형성되는 대사들이 눈에 띤다..

이나영과 장혁의 표정이나 말투도 등장인물의 캐릭터와 그럴싸하게 닮았다. 그리고 나문희, 김용건, 김영애, 김인문, 최주봉 등 쟁쟁한 중견배우들은 주연들의 연기를 가리지 않고 차분하게 진행된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영어학원 수강생들의 갖가지 사연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강의실 풍경이 관객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아 큰 재미를 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또 초지일관 코믹 멜로로 갔으면 하는 바램을 져버리고 해외에 입양됐던 문수의 여동생과 어머니(나문희)의 상봉 장면으로 막을 내려 오히려 감정을 방해하는 꼴이 된 것 같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