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고괴담 세번째 이야기 - 여우계단> 제 몫을 해내다 :::
이종열 | 2003년 08월 08일
조회 4167
이 영화를 기자시사회를 통해 보지 않은 것은 어쩌면 다행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왜냐면 <여고괴담 세번째 이야기 - 여우계단>은 두번째 이야기보다는 첫번째 이야기를 닮고자했기 때문이다. 고로 이 영화는 두렵게 하고, 소리지르게 하고, 간혹 웃기며 극장 공동체험의 즐거움을 준다.
1편처럼 여학교에서의 경쟁의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여우계단>은 입시 부조리의 최전선에 있는 예술고를 택한다. 예고는 미와 재능, 돈 등의 차별에 따른 갈등이 일반고 보다는 대립하는 곳이다. 이들에겐 친구간의 우정이 차선에 오곤 한다. 이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대학 관문이 좁기 때문이며 돈의 관계가 끼어 들며 예술적 재능 문제가 개입되기 때문이다.(물론 예고에서도 무용과, 음악과, 연극영화과, 미술과가 다르다. 학교차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반화가 적용될 수 없음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직업적 체험과 개인적 간접경험을 통해 나는 예고의 다름에 대해 조금은 잘 알고 있다.) 이 점에 주목한 감독의 예고 무용반 소재 결정에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여고괴담 시리즈의 특징은 공포를 단순 서프라이즈 효과에 기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들은 드라마를 갖춘 후에 켜켜이 공포의 기운을 냉각시키면서 피부로 스며들게 한다. <여우계단>도 이 점은 첫 번째 이야기 못지 않게 잘 연출해냈다.(<링>의 유명 장면을 카피한 것은 질을 저하시키지만)
가령 공포이미지로서의 계단이 나는 특히 마음에 들었다. '여우계단'이라 불리우는 이 계단은 28개로 되어있는데 계단을 다 오르면 29번째 계단이 나타나 소원을 들어준다고 한다. 영화에선 실제 세 주인공의 소원이 성취된다. 그러나 그것은 여우가 들어준 것이라 보기 어렵다. 영화가 풀어놓는 실상을 들여다보면 거기에 공포가 숨어있다.
이 가파른 계단은 한편으로 힘겹게 올라야만 하는, 언덕에 위치한 한국의 학교상을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여우계단>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실망하는 눈치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은 이 영화가 '상업영화' 시리즈의 하나라는 것이다. 시리즈물로서 <여우계단>은 제몫을 충실히 잘 해냈다.(<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와 비교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 작품은 후 시리즈에 부담을 주는 워낙 뜻밖의 걸작이었다.) 앞으로 계속될 여고괴담이 <여우계단> 만큼만 나와준다면 한국영화에서도 헐리웃의 <007>이나 일본의 <남자는 괴로워>와 같은 건강한 장기 시리즈물을 기대해도 좋겠다. [★★☆]
※덧붙이기
한국영화 포스터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것 같다. 비주얼에 굉장히 신경을 쓴다. <장화, 홍련>에 이어 <여우계단>도 관객들을 현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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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열
*취미-비디오 테잎 모으기, 영화일기 쓰기
*해보고 싶은 역할-엑파의 멀더
*내 인생의 영화-수자쿠
*이상형-스컬리+강철천사 쿠루미
*좋아하는 배우-소피마르소, 줄리 델피, 전지현, 조재현, 김유미
*감독-이와이 슈운지, 장선우, 에밀쿠스트리차, 키에슬롭스키, 기타노다케시
*싫어하는 것-아프다는 말, 로빈윌리암스 출연 영화, 가루약, 교복이 어색한 꼬질꼬질한 여중생, 스페이스 A의 루루, 양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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