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멜리에> 수리수리 마수리 행복의 마법을, 얍! :::
박우진 | 2001년 10월 14일
조회 32767
금새라도 후룩 튀어나와 수리수리 마법이라도 부려낼 것 같던 그녀. <아멜리에> 포스터에 담긴 오드리 또뚜는 '난 당신의 마음을 꿰뚫을 수 있어요' 또렷한 시선으로 나를 응시했다. 예로부터 마법의 색이었다던 초록의 강렬한 색감 속에서 찬란한 후광이 스멀스멀 떠올랐고.
<아멜리에>의 리듬은 밝고 경쾌하다. 영화는 자글자글 웃어대며 흥얼흥얼 콧노래를 흘려댄다. 하지만 뭉실한 리듬을 헤치고 들려오는 가사는 기실, 행복하지 않다. 아빠의 오해로 집안에만 갇혀 살게 된 어린 아멜리, 자살을 시도한 죄로 집에서 추방당한 아멜리의 유일한 벗 금붕어, 추락하는 관광객에 깔려 즉사한 아멜리의 엄마, 그들의 이야기는 오히려 비극에 가깝지 않은가. 하지만 장-삐에르 주네는 이런 비극들을 황당한 우연으로 엮어 설기설기 희극으로 바꾸어 놓는다. '삶은, 느끼는 사람에게는 비극이지만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희극이다'라는 명제에 새삼 고개를 주억거리게 하는 구성진 솜씨로.
삶의 과정들이 우연인지 필연인지 구분하는 능력은 인간의 몫이 아닐 게다. '아멜리가 옥상에 올라가 파리 시가를 마주하는 그 시간, 마침 오르가즘을 느끼고 있는 커플이 15쌍이다' 이런 명제에 그 누가 우연과 필연의 가치를 부여할 수 있겠는가. 단지 인간은 깨닫는 대로 믿고, 믿고 싶은 대로 깨달을 뿐. 장-삐에르 주네는 성큼 동떨어져 '연'의 영향 범위에서 한참 벗어나 있을 것 같은 여러 삶의 편린을 같은 시간에 병렬시킴으로써 느슨하게 이어둔다. 삶의 연결고리를 듬성한 우연으로 규정하는 그의 관점은 연륜에서 우러난 여유를 품어낸다. 앞길에 디뎌야 할 발자국이 미리 찍혀 있다면, 삶은 얼마나 팍팍하겠는가. 눈앞으로 갑자기 날아든 벌 한 마리, 문득 풍겨온 향긋한 길가의 들꽃 냄새 때문에 지나온 발자국이 비틀거리고 때론 길을 벗어날 수 있다면,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면 삶은 설레는 불안이 흩뿌려진 자유로 다가온다. 어차피 끝이 없는 길, 우연의 곁가지를 아우를 줄 아는 사람의 삶은 한껏 풍성해질 테고.
 영화는 환상적인 이미지의 향연이다. 물이 올라 탱글탱글한 감각이 스크린 곳곳에서 튀어 오른다. 감독은 주로 헐리우드 블록 버스터를 화려하고 둔탁하게 치장하는 데 쓰였던 특수효과를 섬세한 감정 묘사의 영역으로 옮겨와, 아기자기한 상상력에 매끄러운 기름칠을 한다. 사람들이 잠든 한밤중이면 인형들이 움찔움찔 살아날 것 같았던 어린 날의 귀여운 공상이 여러 장면에서 형상화되어 속살속살 관객의 무의식에 말을 건다.
감독은 '가장 행복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데, <아멜리에>의 행복이란 무엇일까. 북적대는 거리에서, 표정을 찾을 수 없었던 그녀. 고독으로 침잠하던 아멜리가 조심스레 깨어나 타인의 삶으로 파고드는 과정, 소통의 통로를 뚫어 가는 과정, 우연의 고리를 비끄러 매는 과정, 영화는 삶을 풀어내는 이러한 과정들 자체가 행복 아니냐고 넌지시 질문을 내밀며 털털 미소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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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우진
시간이 가파르고, 섬뜩한 세상의 기운이 산산이 부서져 맨 몸에 사근사근 부대낄 때.
공기의 파편이 폐와 심장을 예리하게 질러대서 도무지 숨쉬기조차 버거울 때.
긴 한숨으로 아득하게 내리 감은 얇은 눈꺼풀에 아련하게 떠오르는 영상.
'나를 닮은 당신'에게 나누는 '우리를 닮은 영화'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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