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킨 런> 점토인형이라고 날지 말라는 법 있어! :::

윤상열 | 2000년 11월 25일 조회 2904
클레이메이션 영화로 우리들에게 잘 알려진 닉 파크의 신작 <치킨 런>이 국내 개봉된다. "The Great Escape, but with chickens"이란 부제가 붙은 이번 영화는 그가 얼마나 섬세하고 정교한 영화감독인지를 국내 관객들에게 뚜렷하게 인식시켜 주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소박하고 겸손하며 때론 능글맞은 유머로 그 만의 재치있는 캐릭터를 그려냈던 닉 파크는 이번 영화를 통해 그 이상의 무엇을 선사하기를 바라는 것 같다. 1963년에 제작된 영화 <대탈주>에서 그려졌던 탈주에 대한 자유의 원리로부터 모든 감옥 영화가 일관되고 진실되게 추구해 왔던 개인의 의지에 관한 속박의 권리가 그 누구에게도 있지 않음을 한 편의 우화 같은 영화를 통해 확실하게 전달해 주려는 것 같다.
헐리우드의 옛 전쟁영화를 상상케 하는 첫 장면부터 우리는 뭔가 결연한 의지에 가득찬 진저라는 치킨 한 마리를 발견하게 된다. 인적이 드문 야밤을 틈타 자신의 우리로부터 탈출을 시도하지만 아침이면 어김없이 독방에 갇히는 신세가 되는 진저. 옛 시절을 회상하게 만드는 부드러운 배경음악, 그리고 가시와 철사로 만든 철조망의 날카로움으로 그들의 생활의 부조화를 극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은 진저에게 탈출의 동기를 부여하는 충분한 계기를 관객과 동화시켜 연결케 하고 있는 것 같다. 진저는 인간의 책에서 배운 다양한 트릭들을 활용하여 탈출을 시도하지만 그녀에게 유용하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진저라는 캐릭터는 처음부터 공동감독인 피터 로드에 의해 꾸며졌으며, 다듬어졌고 완성되었다. 모든 과정은 점토로 이루어졌으며, 닉 파크의 동료로서 그는 자신의 첫 시행치고는 매우 능률적으로 작업한 것이 아닌가 싶다.
파크와 로드는 영국의 애드만 애니메이션을 널리 알리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모든 동작과 행동을 매 시간 프레임마다 수고를 아끼지 않으며 만들었기에 그들의 노고는 자연스럽게 그들에게 돌아온 것 이였다. 제작사는 그들에게 멋진 아이디어를 소개했고 그것을 맡아줄 것을 부탁했는데 그것이 "Wallace and Gromit"이다. 이 영화는 이렇게 해서 창조됐으며, 그들에게 하나의 일련된 작업방식을 채택하게 하였다. 캐릭터와 셋트는 한 번의 프레임 촬영으로 마무리하고, 움직임은 최대한 가볍게 제작된 인물들로 반복 촬영을 거듭했다. 그 결과 애드만 애니메이터들은 2-3초간의 효과적인 움직임을 더 얻을 수 있었다. 그 작업 방식의 진일보한 결과물이 바로 "Chicken Run"이며 그러기에 더욱더 이 작품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진저와 그녀의 친구들은 일상적이고 언제 죽음을 맞이할지 모르는 이곳에서 탈출을 꿈꾸며 기도한다. 어느 날 불현 듯 나타난 로키 로도스로 인해 캠프는 술렁이기 시작한다. 로키는 미국에서 온 수탉으로 자신의 신비감을 뽐내며 다른 치킨들에게 날 수 있는 희망을 갖게 만들어 준다. 진저와 친구들 또한 그들의 꿈이 실현될 것이라 믿는다. 그러던 어느날 치킨파이를 만드는 대용량의 기계가 들여져 온다.
로키의 목소리를 담당한 멜 깁슨은 과히 감탄할 만한 수준의 목소리 연기를 펼쳐 보여 주었다. 자기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잊고, 바보 같으며, 때론 얼빠진 로키 로도스의 극중 성격을 잘 나타내 주었다. 진저의 목소리를 맡은 줄리 사라 역시 경직되고 말아 올라간 듯한 혀의 특성을 그대로 잘 나타내 주었다. 하지만 그들의 표현력 또한 사람의 목소리기에 정직한 느낌을 갖기는 힘들었던 것 같다. 무엇을 씹고 있는 듯한 구강 구조의 특성과 입술을 무는 듯한 발음과 가라앉는 눈썹 등은 클레이 에니메이션들 만의 독특한 특징이기에 인간이 따라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 점을 인식한 아드만측은 얼굴마사지용 팩까지 동원하여 실사에 가까운 연기력을 보여줘 관객들을 매료시켜주었다. 사실 아드만은 디즈니의 그늘 아래서 10년 동안이나 일해왔다. 그들이 개발한 'plasticine'으로 인해 보다 자유로운 위치에서 그들의 영화 세계를 펼쳐 보일 수 있었던 것이다. 다만 디즈니의 유치하고 치사한 훼방만 없었더라면 더 일찍 볼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 영화는 관객을 위해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거기에는 사람의 마음을 두근두근 거리게 만들고, 생기가 넘치며, 애처로운 인간사가 가지런히 녹아 들어가 있다. 그 시점이 이 영화가 우리를 만족케 하는 이유일 것이다. 디테일한 부분까지 파고들어 보여 주는 그 유별난 호취미는 클레이에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이들에게 있어 가장 재기 발랄하고 휘도가 넘치는 부분일 것이다. 그들이 자신들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견지하는 한 그들의 작품 속의 힘 또한 넘쳐날 것 같다. 닭들이 날아다니는 영화 속 실현처럼 말이다.
|
 
 | 윤상열 아..아름다워라....
여..여자가 그렇게 보일 때...
사..사내는 그 여자를 본다...
아..아직도 모르는가 그대는...
여..여태 깨닫지 못했는가...
사..사랑은 당신에게 허용되지 않는 유일한 삶이란 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