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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ff] 다섯 개의 장애물 :::


이윤형 | 2005년 05월 03일
조회 11416



아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 좋아하는 것보다 즐기는 것.

라스 폰 트리에는 알고 좋아하고 즐기니, 공자 기준에서는 완벽한 천재다.


'도그마 선언‘은 그저 그의 발칙한 장난이었을 뿐이다. 한 번의 장난을 위해 재미있는 규칙들을 세웠고, 그러한 변태 같은 규칙들 속에 주체할 수 없는 재능을 가둬보고 싶었을 뿐이며 그 장난에 여러 사람을 동참시켰을 뿐이다. 그것은 그저 스타일에 관한 설명에 다름 아니었으며 그 안에서 어떻게 다른 스타일이 나올 수 있을까를 실험한 것처럼 보인다.

영화를 겨우겨우 힘겹게 자신의 뇌를 최대한 짜내서 만드는 사람과는 기본적으로 라스 폰 트리에는 다르다. 그는 영화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고, 그것을 가지고 놀고 있다. 이는 <다섯 개의 장애물>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라스 폰 트리에는 <완벽한 인간>을 연출한 요르겐 레스에게 제안한다. <완벽한 인간>을 지금 다시 만들되, 연출에 있어서 몇 가지의 장애를 두고 만들어보자고. 덴마크에서 손에 꼽히는 영화감독이자 라스 폰 트리에가 졸업한 대학의 교수이기도 한 요르겐 레스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라스 폰 트리에의 주문에 따라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다시 만드는 요르겐 레스의 영화로 하나. 그 과정을 보여주는 이야기로 하나. 그 과정을 주문하는 트리에로 하나. 이렇게 세 가지의 영화를 하나도 통합하고 있다. 사실, 하나의 영화에 세 가지의 플롯이라고 해야 맞을 테지만 라스 폰 트리에가 의도한 것은 하나의 방식으로 세 가지의 영화를 만드는 것이었다.

초반에는 당황하는 요르겐 레스와 그를 몰아붙이는 라스 폰 트리에의 구도로 진행된다. 하지만 레스가 만든 영화가 나오면서부터 기대는 점차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된다. 오히려 트리에가 장애를 만드는 데 급급해지는 것. 하지만 여전히 트리에는 몰고, 레스는 끌려 다닌다. 레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이 영화를 위해 트리에는 연기를 하는 것이다. 그가 말하듯 자신은 레스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레스보다 레스를 더 잘 알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할지를 알고 있기 때문에 트리에의 말과 행동은 모두 연기인 것이다.

레스는 계속해서 주문대로 영화를 만든다. 그는 트리에에게 구박을 당하기도 하고 좌절의 문턱에 서기도 한다. 하지만 트리에는 그를 지옥 문 앞까지 데려갔다가 다시 꺼내오기를 반복하며 레스가 영화를 완성할 수 있도록 한다. 그가 말 하듯 그는 레스를 구원하는 것이 목적이었던 것이다.

마지막, 레스의 영화는 완성되고, 그 영화에 관한 이야기인 트리에의 영화도 마칠 시간이 된다. 두 사람 다 만족한 모습이다. 하지만 트리에는 마지막까지 레스를 골탕 먹인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레스의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그럴 듯한 나레이션을, 레스의 입을 통해 읊어지게 될 나레이션을, 트리에 자신을 낮추는 나레이션을 자신이 직접 쓴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레스에게 읽힌다. 결국 자신을 낮추는 사람은 입으로 말한 레스가 아닌 자기 자신인 것이다. 이래저래 모두 트리에의 승리이다.

영화를 만든 것도, 영화를 만들게 한 것도. 추켜세우고 깔아뭉갠 것도, 시작한 것도 끝낸 것도 라스 폰 트리에이니. 이 얼마나 놀라운 구성인가.

실험은 어려운 것이다. 무턱대고 하는 실험은 관객을 시험할 뿐이다. 실험은 이런 천재들이 하는 것이다.

5월 3일. 5월 5일 상영.







이윤형
전 '리버스' 편집기자. 현 '씨네라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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