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무(小武)> 경계선 위에서 :::
여임동 | 2000년 01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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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지아 장케
출연 : 웨이 왕홍, 지아 하오홍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그 경계 어딘가에 위치하는 중국이라는 나라를 바라보는 건, 상이한 두 이념을 지닌 채 반쪽으로 나누어진 <그 밖에도 무수히 성별, 학벌, 지역 등으로> 이 나라 한국을 바라보는 것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마련이다. 우린 지금 어느 지점에 서 있는 것인가? 그 물음에 대답하는 건 한국이나 중국이나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소무가 발딛고 서있는 이 공간은 마오쩌둥의 빛바랜 사진이 증명하듯 이미 `자본주의화' 되어있으며 그 관계로 유지되는 곳이다. 하지만 소무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그저 `소매치기'(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역행, 교란시키는 상징적 직업)일 뿐이며, 재빨리 자본주의적 인간으로 변신하지 못한 그는 결국 이 세상과 `불협화음'을 낼 수밖에 없는 존재일 것이다.
화면 중심에는 언제나 소무가 있지만, 그 공간은 `외부공간'에서 들려오는 그 시끌벅적한 사운드에 끊임없이 노출당한다. 자동차 소리, 라디오 드라마 소리, 주위 사람들의 잡담 소리 그 외부공간에 끊임없는 침투 앞에서 소무는 위치파악을 하지 못하고 끝없이 <소외>당한다.
 그렇게 소무와 그 주위 중국이라는 공간은 텅빈 `기표'같다. <의미>는 저 화면 밖에 존재하며 그 의미는 TV, 가라오케, 말보로 등에 이름을 빌려 이 텅빈 곳으로 진입한다. 내부와 외부 모두 의미는 <상품>으로 대체된 것이다. 결국 이 텅빈 기표와 맛깔스러운 기의를 연결시켜주는 매개체는 다름아닌 <돈>이다. 이제 자신의 존재는 돈을 사용해 상품을 소비할때만 정체성을 얻는다.
그러므로 TV와 가라오케에서 흘러 나오는 그 희망과 사랑을 담은 음악들은 쓸쓸히 거리 가운데서 있던 소무의 모습처럼 소외를 심화시킬 뿐이며,그런 점에서 노래를 못 부르는 소무는 자신의 입으로 의미를 만들어 낼 수 없는 이땅에 실패한 존재 다름 아닌 것이다.
그런 그에게 다가가는 이는 `매매'라는 가라오케 여직원이다. 그녀는 그가 직접 노래를 부를 수 있게 해주고 (목욕탕 씬에서 처음으로 노래를 부르는 소무) 처음으로 화면 밖에 있던 음악이 화면 내에 존재하도록 만들어주는 인물이다. 그렇게 순간적이지만 기표와 의미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건 <개인-개인>이 서로에게 관심을 보일 때인 것이다.
 그러나 소위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 관계도 어디까지나 돈으로 유지되는 이 사회에 <연장선>일 뿐이며 (소무와 매매의 관계는 `손님-술집여자' 그 이상은 될 수 없다) 그 허술한 관계는 더 좋은 <조건>이 존재할 때 스스럼없이 깨지기 마련이다.
이제 소무는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인가? 부르주아화 되려는 그의 <가족> 또한 피난처가 될 수는 없다. 아이러닉하게도 그는 TV 화면 속에서 호명되어질 때 의미를 띤 존재가 된다. `소매치기!' `쓰레기!'.영화 내내 들리던 범죄와의 전쟁선포 구호 속에서 범죄자의 이름으로 잡혔을 때, 그는 이 사회의 `구경당하는 자' (영화 마지막 장면처럼)로 `적응 못하는 자'로 그렇게 <자리매김>하기 때문이다. 그의 `사용가치'는 영광스럽게도 사회계도 목적용인 것이다.
타인을 끝없이 <배제>시키고 떨궈 내야만 작동하 고유지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사회가 그런 매커니즘으로 되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구조물 위에서 사람들은 떨어지지 않기위해 <경계선>을 줄 타듯 조심히 걷고 있으며, 성공과 실패는 그 줄에서 떨어진 타인의 가치 즉 돈을 얼마나 얻고 못 얻고에있다. 화면과 사운드가 서로 끊임없이 침투하고 침투 당하는 이 영화 <소무>에서 오로지 홀로 외롭게 경계선 위에 서 있는 주인공 소무는 그렇게 <보편성>을 지닌 채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 땅 또한 끝없이 구획을 나누고 끝없이 타인을 배제시키면서 만들어진 공간이며, 그곳에서 텅빈 채 존재하는 우리는 삶의 <의미>를 상품을 소비함으로써 아주 쉽게 얻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미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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