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  PW    쪽지함쇼핑카트


뉴스
리뷰
기획특집
인물파일
심층기획
숨겨진 영화들
OST Nation
영화강의실
씨네카툰
제2채널
영화제
웹진
뉴스
리뷰
에세이
박스오피스
예고편






리뷰


보이지 않는 적 <알포인트> :::


정영선 | 2004년 08월 13일
조회 6059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서는 10명의 사람이 외딴 섬이 초대받습니다. 그들 뒤로 놓인 10개의 인디언 인형. 그리고 인형이 하나씩 없어질 때마다 사람들이 하나씩 죽어갑니다.

도무지 밝혀지지 않는 범인의 정체. 어느새 사람들은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도대체 범인이 누구지?’ 이 사람이 범인이다 싶으면 다음에는 바로 그 사람이 죽어갔으니까요. 결국 10명이 모두 죽은 상황까지도 범인의 모습은 드러나지 않습니다(물론 말미에 진실이 밝혀지지만요). 이 소설의 공포감은 이렇게 ‘보이지 않는 적’ 에 대한 두려움에 있습니다.

영화 <알포인트>는 여기서 출발합니다. 1972년 베트남. 최 중위(감우성)는 명령을 받습니다. 6개월 전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수색대원들로부터 계속 구조요청이 오고 있는 ‘로미오 포인트’ 로 가서 그들의 생사를 확인하라는 것이죠. 9명의 대원들은 로미오 포인트로 향합니다.

그러나 그들을 맞이한 비석에는 “ 不歸! 손에 피 묻은 자, 돌아갈 수 없다”라고 적혀 있었죠. 뭔가 석연찮은 느낌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빨리 귀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속히 작전을 수행합니다. 그러나 이들 역시, 한 사람씩 차례로 죽어가기 시작합니다.

<알포인트>의 공포 역시 원인 모를 존재에 의해 죽어간다는데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적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있지만 그 이유조차 알 수 없는 상황. 아무도 없지만 동시에 모두가 있는 그 곳에서 대원들은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죠.

보이지 않는 적이 두려운 건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그 상상의 공간에서는 나와 너, 아군과 적군의 구분은 모호해지고 혼란에 빠집니다. 그렇다면 불안과 공포 속에 보이지 않는 적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단지 귀신일까요? 공수창 감독은 이 ‘보이지 않는 적’ 에 대해 비교적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전은 처음부터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이었습니다. 거짓 이념과의 싸움이었고, 시민과 군인조차 구분할 수 없는 싸움이었고, 생전 처음 겪는 기후과 낯선 환경과의 싸움이었으니까요. 그리고 그들에게 이 모든 것들은 분명 공포였을 테니까요.

<알포인트>가 주는 공포는 여기에 있습니다. 귀신과의 싸움이 아니라 도무지 빠져나갈 수 없을 것 같은 폐쇄 공간(알포인트로 상징되는 베트남)이 주는 심리적 공포. 마지막 살아남은 병사가 ‘엄마가 이젠 날 알아보지 못할 것 같아. 내가 너무 많이 변해 버렸거든’이라고 울먹이던 것처럼, 그들은 이 곳에서 봐서는 안 될 너무 많은 걸 봤기 때문이죠.

시나리오 작가 출신으로 처음 연출을 한다는 공수창 감독은 베트남 전을 그렸던 <하얀전쟁>과 <텔미썸씽> <링>을 썼던 사람입니다. 처음 연출이라 편집과 사운드가 튀지 않을까 염려했다지만 영화는 비교적 매끄럽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조금 많다 싶은 캐릭터들도 가지런히 자리를 잡고 있구요.

자, <알포인트>에서 그들이 본 건 분명 귀신이었습니다. 그들은 ‘귀신은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귀신은 없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베트남에서 그들이 본 건 귀신일까요, 아니면 자신들이 만들어 낸 환각일까요.

베트남 전을 둘러싼 진실 게임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정영선
모든 것들엔 유효기간이 있습니다.
물론 병조림이냐 통조림이냐에 따라 유효기간은 다르죠.
그 날 개봉해서 먹어야 상하지 않는 음식이 있고,
적어도 몇 년간은 안심해도 되는 음식이 있듯이요.
희망. 꿈. 사랑. 미래. 용기..
그리고 기억나지 않는 이름들.
당신에게 유효기간이 남아있는 건 무엇입니까?

 정영선 님의 다른 기사 보기 >><< 정영선 님과의 대화 


Readers' Comments


내 의견 쓰기


More Articles to Explore

 

<가족> 과거와 캐릭터가 없다 (2004/09/07)
광주국제영화제 <나의 어머니 하루코> (2004/09/04)
보이지 않는 적 <알포인트> (2004/08/13)
[엘리펀트] 사건뒤에 숨겨진 차가운 진실 (2004/08/07)
<쓰리, 몬스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2004/08/04)

  기사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