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랑 싸가지> 의욕상실

리뷰

<내사랑 싸가지> 의욕상실 :::

윤현호 | 2004년 04월 09일
조회 5870

내사랑 싸가지

감독 신동엽
출연 하지원/김래원
평점 Dumb

콜라 캔 한번 걷어찼다 졸지에 노예가 되버린 여고생 하영(하지원). 하필이면 꽤나 값나가는 형준(김재원)의 외제차에 흠집을 냈던 것. 싸가지없는 형준은 빈티 나는 하영에게 돈 대신 몸으로라도 때울 것을 제안한다 아니 명령했다. 그게 바로 100일 동안 몸과 마음을 다 바쳐 봉사할 것을 선서하는 '노비문서'. '뭐 어때? 주인님, 돈 많겠다 잘 생겼겠다. 싸가지없는 것 정도야!' 하면서 시작된 '주인님 게임'의 결과는?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

의욕상실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차곡차곡 쌓은 경력을 일순간에 날려도 좋다는 하지원은 차라리 얌전했지. 매끄럽게 이야기 다듬을 줄은 모르고 협찬 받은 PPL 소도구를 어디에 배치할까? 그림 되는 명소 어디 있을까? 혈안인 감독에, 인간의 오감(五感)을 단 한가지 표정으로 작살내는 김재원의 출중한(?)연기력에 두손 두발 다 들었다. 하기야 김재원만 탓할 수는 없는 일. 뚜껑 열리는 외제차 한 대로 명품족 묘사 다 했다고 팔짱 걷어붙이는 영화 앞에서 연기자는 메시아가 되질 못하겠지.

<내사랑 싸가지>는 관객을 우롱한 죄로 치자면 날밤을 까고도 남을 사형수다. 하지만 의욕상실이다. 빈정거리는 것 자체가 미세하나마 애정의 다른 표현이라면 그 미세하나마 존재하기나 하는 애정조차 거둬들이고 싶은 마음, 간절하니까.

하지만 정말 의문스러운 점은, 성인관객 다 버리고 여고생 아니 레벨을 좀더 낮춰서 여중생 관객을 겨냥한 이런 영화에 정말 소녀 관객들이 반응할까? 이다. 저런 식의 뻔한 이벤트 장면과 현실감각 제로인 왕자님 캐릭터에 정말 발을 동동 구를까?

해서 <실미도>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은 <내사랑 싸가지>는 참으로 안타까운 징조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