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ove me if you dare :::

정영선 | 2004년 02월 13일 조회 4379
얼른 커서 어른이 되면 폭군이 되고 싶은 소년 줄리앙과, 파이가 되고 싶은 소녀 소피. 말썽꾸러기 두 아이는 그야말로 사고뭉치입니다. 가는 곳마다 장난이 끊이질 않죠. 그리고 이들은 늘 내기를 합니다. 줄리앙의 엄마가 남긴 장난감을 가지고 서로에게 건네며, 장남감을 쥔 사람이 내기를 거는 거죠. (그래서 원제는 '아이들의 장난감'이라는 뜻의 'Jeux D' enfants' 입니다)
어느덧 세월은 흘러 10년 후. 언제나 천방지축일 것 같은 아이들도 훌쩍 자랐습니다. 그러나 달라진 건 없습니다. 여전히 세상은 심심하고 이들의 내기 역시 변함이 없습니다. 달라진 게 있다면 두 사람 사이에 예전과 다른 사랑의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다는 거겠죠. 하지만 이 영화가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오해입니다. 이 영화는 자유로운 영혼이 사회에 적응해가는 아주 슬픈 성장기 영화니까요.
세상의 모든 연인이 그렇듯, 줄리앙과 소피 역시 사소한 오해와 서로에 대한 불신, 그리고 주변의 상황들로 인해 헤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10년 후. 줄리앙은 도시설계사로서의 삶을 살며 아내와 두 아이를 둔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줄리앙은 자신의 삶에서 무언가가 비어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건 물론 소피의 존재였죠.
줄리앙이 사랑한 소피는 '일탈'을 상징합니다. 그녀와의 게임은 언제나 기존 질서에 반(反) 하는 것이었으니까요. 줄리앙은 모든 억압과 규율을 깨는 그녀를 사랑하지만, 그녀와 함께 있는 걸 기존의 질서(아버지)는 용납하지 못합니다. 결국 망설이던 줄리앙은 기존의 질서에 편입되는 길을 선택합니다.
하지만 인생은 제로섬(zero-sum) 게임. 얻는 것이 있다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죠. 그는 평온하고 안정적인 중산층의 삶을 얻는 대신 마음대로 꿈꿀 수 있는 자유를 잃은 겁니다. 기존의 질서 속에서 기득권을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 버려야 할 것들이 생기는 거니까요.
자, 하지만 세상의 규칙을 지키며 산다는 게 얼마나 지루한 일인가요.
아우토반을 질주할 수 있는 성능 좋은 차로, 시속 60km를 꼬박꼬박 지키며
슬로우 모션처럼 달려야 한다는 게 얼마나 숨막히게 갑갑한 일인가요.
결국 줄리앙은 인생의 마지막 내기를 합니다.
어떤 내기냐구요?
그가 소피와 벌인 마지막 게임은 직접 확인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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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영선 모든 것들엔 유효기간이 있습니다.
물론 병조림이냐 통조림이냐에 따라 유효기간은 다르죠.
그 날 개봉해서 먹어야 상하지 않는 음식이 있고,
적어도 몇 년간은 안심해도 되는 음식이 있듯이요.
희망. 꿈. 사랑. 미래. 용기..
그리고 기억나지 않는 이름들.
당신에게 유효기간이 남아있는 건 무엇입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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