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낭만자객> 자객은 없고 진부한 코미디만 남다 :::

노정규 | 2003년 12월 13일 조회 6130
윤제균 감독의 2001년작 정준호 주연의 <두사부일체>는 조폭 두목이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졸업장을 얻어내려는 해프닝을 그려 그해 350만 명의 관객동원에 성공했다. 물론 코미디가 전반에 뿜어 나오지만 실질적으로는 교사의 권리와 학생들의 무분별한 태도, 학원 폭력과 사학의 잘못된 관행 등을 꼬집고 있어 나름대로 무거운 주제를 우회해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 이후 1년만에 윤 감독은 두 번째 작품인 <색즉시공>을 통해 웃음사냥에 나섰다. 이번에는 임창정과 하지원에 최성국이라는 색다른 배우를 투입시켜 섹스와 젊음, 그리고 현실적 문제에 대한 아픔 등을 그려내어 섹스코미디에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시도를 보였다.
그리고 올해 그는 차태현, 손예진 주연의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를 통해 각색에 손을 대기 시작한다.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도 <색즉시공>에 연장선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약간의 섹스 코미디가 가미되면서 후반부에는 주제의식이 부각된다.
윤 감독이 영화감독으로 입문할 때 생각했던 세 작품 중 마지막인 이번 작품 <낭만자객>은 <두사부일체>에서 보여주었던 액션과 <섹즉시공>에서 보여주었던 섹스를 결합시켜 최종 결정판인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은 섹스 코미디 액션이라는 복합적 장르이면에 숨겨진 주제의식이 이번 작품에서는 약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백성을 약탈하는 청나라 군사들의 모습을 통해 가진 자와 못 가지고 있는 자, 권력을 가지고 있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지배성과 약탈성, 억압성 등을 리얼하게 그려내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 스크린 속에서는 오로지 선정적인 연출과 욕설만이 뿜어 나올 뿐이다.
홍콩영화 <천녀유혼>에서 컨셉을 약간 따온 듯한 느낌이 들지만 유치한 코미디는 그저 불안할 뿐이다. 대변을 먹는 장면은 미국영화 <아메리칸 파이 3>에서도 나오는 장면인데 왠지 어설픈 느낌이 들고, 종결부분에 나오는 옛날 뒷간에서 일을 본 뒤 마무리하는 장면은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생각되기보다는 어처구니없는 연출이다.
또한, 배우 김민종이 여동생이 보는 앞에서 적을 향해 눈물을 흘리면서 혼란작전을 피는 모습은 <색즉시공>에서 하지원 앞에 눈물을 흘리면서 쇼를 하는 임창정의 모습과도 사뭇 비슷하여 윤제균 감독의 코드가 그대로 답습되는 느낌이다.
언론에 혹평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낭만자객>은 지금까지 예매율 5위안에 들고 있다. 불안한 세상 속에서 웃음을 잃어버린 관객들은 스크린 속에서나마 웃음을 찾고 싶은 심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윤제균 감독은 변화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현재에 안주하거나 퇴보하는 모습만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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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정규 연세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전공
모니터 활동, 명예기자 경험 다수
씨네코아, 아트로드, EBS교육방송, 네띠앙, NATE, M.NET 모니터 요원
국정홍보처, 서울시정, 산업인력관리공단 HRD, 녹색교통협회 대중교통 모니터 요원
야후지기, 천리안 게임 테스터, 중앙일보 헬스케어 명예기자, 조이씨네 명예기자, KMTV 통신원, 연세엽기신문 기자, 일간스포츠 학생기자, 위클리엔터테이너 명예기자, 한겨레 신문사 하니 리포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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