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클> 연출은 당황스럽지만 연기는 뛰어나다

리뷰

<써클> 연출은 당황스럽지만 연기는 뛰어나다 :::

윤회를 통한 죽음을 초월한 사랑이야기

박찬균 | 2003년 11월 13일
조회 3418

눈에 보이지 않는 것과 보이는 것 중 무엇을 믿어야 하는 것인가가 이 영화 <써클>의 주요 화두다.

귀신의 사주로 엽기적 살인을 저지르는 살인마(명구)와 터프한 여검사의 두뇌 게임 그리고 죽음을 초월한 사랑을, 윤회를 통해 그려내는 것이 또한 이 영화의 모티브다.

굳이 장르를 나눈다면 멜로영화다. 여기에 스릴러가 가미된 퓨전영화로 볼 수 있다.

영화는 ‘윤회’라는 불교철학을 밑바탕에 깔고 시간을 초월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사랑하는 연인이 죽은 뒤에 환생한다는 내용은 여러 영화에서 다루어진 이야기지만 조금은 색다른 맛을 주기에 충분하다.

시체 옆에서 라면을 끓여 먹는 살인마, 정사 도중 붙어버린 남녀의 성기, 잔인하게 난도질당한 채 부패해 있는 시체. 중반까지 엽기적 설정 속에서 인물들을 둘러싼 궁금증을 유발하던 영화는 후반부 과거의 비밀을 밝히던 중 멜로 영화로 갑자기 돌변한다.

'넘버 3', '걸어서 하늘까지' 등 170여 편의 영화에 참여한 바 있는 박승배 촬영감독은 자신의 연출 데뷔작에서 경력만큼 이나 안정된 연출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영화는 갑작스런 장르 전환과 함께 길을 잃어버린 느낌이다.

후반부에 드러나는 반전인 전생의 사랑이야기가 감동적이기보다 당황스러우며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여기서는 영화의 재미를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이야기는 피하기로 한다.

그러나 관객의 허를 찌르는 설정은 당위성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며 차라리 처음부터 사실을 밝히고 진행했으면 어떨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감독은 나름대로 반전설정을 장치했지만 관객들에게는 너무 늘어진 듯한 느낌을 줄 것 같다.

영화는 전반부에 던졌던 질문 중 많은 부분에 대한 해답을 던져주지 못한 채 눈물샘을 자극하려 애쓰며 끝을 맺는다.

이밖에도 일제시대 간판의 표기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거나 사형을 선고받으면 자동으로 대법원까지 항소가 되는 형사소송법을 무시해 명구가 항소를 포기한다거나 하는 등의 허점도 눈에 거슬린다.

다만, 이러한 약점들이 두드러지지 않고 이야기 구조가 그럴 듯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두 주연배우의 이름값 하는 열연의 덕일 듯하다.

특히 코믹한 이미지에서 사이코 살인마의 변신을 보여준 정웅인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눈빛이 머릿속에 맴돌 만큼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강수연은 예의 흔들리지 않는 곧은 이미지로 영화의 중심을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