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액스맨 2> 어긋날 퍼즐 한 조각 :::

윤현호 | 2003년 05월 08일 조회 3600
(플롯 몇 개가 소개됩니다. 중요하진 않지만 영화 감상에 방해가 될 듯하네요.)
매그니토(이안 맥켈렌)의 인간 말살 음모를 막아냈던 전편에서 상황은 이어집니다. 돌연변이 쪽에서 장군을 쳤으니 이번엔 인간이 멍군을 부를 차례죠. 주인공은 돌연변이를 혐오하다 못해 일생의 숙원사업으로 '돌연변이 박멸'을 외쳐온 스트라이커 박사(브라이언 콕스)입니다. 돌연변이와의 전쟁을 선포한 그는 자비에(패트릭 스튜어트) 박사의 능력을 이용해서 일시에 돌연변이들을 멸종시킬 계획을 진행합니다. 한편, 전편에서 파편화된 과거를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났던 울버린(휴 잭맨)은 뜻밖의 사실과 마주칩니다. 잃어버린 과거에 대한 열쇠를 가지고 있는자가 다름 아닌 스트라이커 박사였다는 것. 스토리는 자연스럽게 병목현상을 일으키고 결말의 터널에 진입하기 위해 극심한 정체를 하게 됩니다. ㅡㅡ
1. 우리는 결코 외롭지 않아
<엑스맨>이 돌아왔습니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동행한 친구들이 꽤 많아요. 세 명이 얼굴을 들이밀기에도 비좁은 포스터에 도대체 몇 명이나 서있는 거죠? 업데이트 된 볼거리가 만만치 않다는 걸 단번에 보여주기는 하지만, 캐릭터들의 알력다툼으로 균형감이 깨질 것 같은 불안감도 드는군요.
일단, 영화의 오프닝은 대단합니다. 나이트 크롤러(알란 커밍)의 공간이동 C.G 와 무술안무의 절묘한 조화는 '초반 5분의 법칙' 즉, 기선제압을 확실히 합니다. 강하게 시작하고선 바로 맥빠진 장면으로 일관하는 영화들을 종종 목격하는데, <엑스맨 2>는 그런 물렁한 영화가 아니죠. 오프닝 이후에도 배치된 액션 장면들은 여전히 즐비합니다. 엑스맨들의 학교를 습격하는 장면에선 울버린의 단독 액션 장면이 준비되어 있으며, 여자 울버린 쯤 되는 데스 스트라이커와의 한판 승부도 기다려지는 순간입니다. 뿐만아니예요. 전편에서 단순한 이동수단에 머물렀던 제트 모빌은 공중 액션씬을 화려하게 치장해주는 전투기로 무장을 하죠. <액스맨 2>을 통해서 비로소 엑스맨들은 초능력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만... 그래서 <엑스맨 2>의 손을 들어주어야 할까요?
2. 뭔가 부족해
액션에 대한 흡입력은 전편을 '단지 2편에 대한 예고편'이라고 놀릴 만 합니다. 허나 만약 극장 밖을 나오자마자 뭔가 빠진 듯한 결핍을 느꼈다면 대충 이 정도의 이유들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엑스맨>의 매력은 초인적인 히어로의 진기명기가 아니라 월등한 능력이 있으면서도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데 있습니다. 인류의 획기적인 진화인지, 인간의 존재를 위협하는 다른 인종인지에 대한 고민이 이들을 끊임없이 괴롭히죠. 덕분에 초인들은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지 않습니다. 괴력으로 여기고 괴로워하죠. 정체성에 대한 딜레마는 충돌하고 영화는 슈퍼 히어로 영화의 얄팍한 클리셰들을 던져버립니다. 그들의 검은 복장처럼 음울한 기운이 영화를 감싸고 도는 거죠. 하지만 <엑스맨 2>에선 딜레마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대신 차지한 건 명확한 선악 대립입니다.
인간들과의 공존을 원하는 건 자비에 박사밖에 없는 듯 합니다. 그의 엑스맨 마저 '평화'보다는 괴력을 뽐내는데만 관심있어 보입니다. 물론 그들의 능력은 모두 제각각이죠. 마치 맥가이버칼과 같아요. 준비되어있는 도구는 수십가지입니다. 중요한 건 드라이버를 꺼내느냐, 송곳을 꺼내느냐가 아닙니다. 상황이 있어야 도구를 꺼낼 수 있는 거죠. 영화는 종종 도구를 꺼내기 위한 조작된 상황으로 일관합니다. 동료가 되기보단 대장이 되기 위해 한발 앞에 서려는 러너들로 우글거리는 <엑스맨2>가 그리 반갑지는 않군요.
3편을 준비하고 있는 '엑스맨' 시리즈에 있어 이 영화는 어긋난 방향타를 제시하게 될 듯합니다. 퍼즐을 맞추고 있던 상황이라면 수정할 수 없는 조각을 잘못 맞춘 덕에 이후의 과정이 꽤 난감할듯합니다. 전편이 단순한 슈퍼 히어로물이 아니었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아닐 수 없군요. 이제 '슈퍼맨 VS 스파이더맨' 류의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 듯한 아찔함이 듭니다. ㅡㅡ
TIP
●●속편에서도 자비에 박사는 여전히 천덕꾸러기로 등장하더군요. 위기를 해결해주지는 못할지언정 오히려 방해만 하고 있으니...
●●제가 매그니토였다면 파이로보단 '매력적인' -강조^^- 데드 스트라이커(켈리 후)를 데려갔을 거예요. 울버린의 기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유단자이기도 하고...
●●음. 다시 생각해보니 매그니토옆엔 미스틱이 있었군요. 미스틱(레베카 로미즌 스타모스)의 질투심을 자극해서 좋을게 없겠군요. ㅡㅡ
●●눈으로 채널 돌리는 아이가 제일 부러운 능력이었습니다. ^^ 리모컨이 어디로 사라져서 TV를 볼 때마다 마치 무인도 갇힌 기분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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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현호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면서 '바람'의 존재를 느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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