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링 0> 공포감 제로 :::

윤현호 | 2003년 04월 19일 조회 2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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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수상기를 헤집고 나오던 사다코를 기억하실 겁니다. <링 0>는 사다코가 어떤 사연으로 저주를 잔뜩 품게 되었는지를 거슬러 올라갑니다. 도쿄의 연극단원인 사다코는 묘한 매력의 여인입니다. 아름답긴 한데 기분 나쁜 섬뜩함이 있어요. 노골적으로 사다코를 괴롭히던 주연 여배우가 의문의 사고를 당하는 등, 극단내에서 알 수 없는 사건이 터지게 되자 사다코는 저주의 여인으로 낙인찍히게 됩니다. 결국 공연 당일날 사다코에 대한 단원들의 공포와 증오는 폭발하게 되고 모두가 공모해서 사다코를 죽이게 됩니다. 하지만 쉽게 죽을 사다코가 아니죠. 진짜 사다코의 저주는 이제 시작입니다.
공포감 제로
<링 0>는 <링> 시리즈의 프리퀄에 해당합니다. 불길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여자아이, 기자들을 불러 놓고 벌인 초능력 검증 대회, 그리고 음침한 우물까지. 이미 시리즈를 통해 프리퀄에대한 힌트는 여러 번 던져졌습니다. <링0>는 파편처럼 흩어진 단서들을 그럴듯하게 하나로 끌어 모으는 과정입니다. 시리즈가 가진 현재 진행형의 논리를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과거를 만들어야 하죠.
<링0>는 이를테면 그림 맞추기의 마지막 조각입니다. 남아있는 빈 공간과 지금 내려놓으려는 조각의 아귀가 딱 맞아야 하죠. 프리퀄이라는 형태가 모두 그렇겠지만요. 아귀를 맞추는 과정은 시리즈를 통해 설명이 덜 끝난 의문점들의 해답을 들려주는 일들입니다. 왜 불특정 다수에게 원한을 가지게 되었는지, 왜 주요 무대가 우물이 되었는지, 사다코의 섬뜩한 걸음걸이까지... <링 0>의 대답들은 모두 적당한 답안이며 수긍이 갑니다. 하지만 너무 적당해서 심심하기까지 하군요. ㅡㅡ
<링0>는 단지 그림의 아귀를 맞췄다는데서만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시리즈의 부연 설명 노릇만 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관객들이 원하는 건 뻔하고 심심한 답안이 아닙니다. 프리퀄을 통해 시리즈가 비밀을 품고 있었다거나 다른 의미로 읽혀질 수 있는 여지를 주지 못했어요. 그런 점에서 <링 0>는 편하게만 가려는 안일함이 느껴지는군요.
시리즈의 연속성을 헤치진 않았지만 한편의 영화로서 <링 0>는 함량 미달입니다. 선악 이미지 둘다를 가지고있는 사다코의 이중성을 좀더 활용했어야 했어요. 영화에서 사다코는 하얀 소복과 앞으로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에 의지할 때만 공포의 대상이 됩니다. 언제부터 <링>시리즈가 분장에 의존하는 공포를 보여줬던가요? 좀처럼 심리적 압박감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결국 심심한 공포 영화가 되버렸는데, 할리우드에서는 어떤 식으로 변주를 할지 궁금해지는군요.
TIP
●●사다코는 왜 햐얀 소복만 입으면 걸음걸이가 이상해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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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현호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면서 '바람'의 존재를 느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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