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합병원> 어설픈 의사들 :::
정종구 | 2000년 03월 11일
조회 948
<종합병원>은 '러브스토리'로 유명한 에릭 시걸의 작품인 '닥터스'와 여러모로 비슷하다. 남녀간에도 우정이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라는 주제부터 상황설정에 이르기까지 거의 흡사할 정도이다. 하지만 최윤선 감독은 거기에 진지함 같은 것은 빼내고 어설픈 코메디만 집어 넣었다.
자기 밖에 모르는 의사가 죽음을 눈앞에 두고 벌이는 이야기는 <닥터M>이라는 영화와도 어느 정도 비슷하다. 하지만 여기 에서 죽음을 눈앞에 앞둔 그녀(신은경)의 모습에는 그런 죽음에 대한 고뇌 같은 것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저 의사인 나를 어떻게 죽일수 있나, 의사가 아니면 죽여도 된다는 소리만 냅다하고 다른 세상으로 가버린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닥터 노꾸지" 같은 만화에서도 어떤 부분에 지면을 할애해야 하는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이것은 실제로 존재했던 한 의사를 통해 적게나마 감동을 주려고 만든 만화라는 자기 신분을 최소한 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천일동안>은 그게 아니다. 이것 저것 다 집어 넣고 바닷가에서 잠든 그녀의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려달라고 강요를 한다. 하지만 그 부분에서 관객들은 오히려 참고 있던 웃음을 터뜨린다.
 이야기 자체도 거의 타임머신을 타고 천년전으로 돌아 가도 보기 힘든 이야기 같고, 배우들의 연기는 둘째 치고라도 상황설정을 통한 갈등 부분에서는 아예 영화는 호흡곤란을 일으킨다.
또한 TV 드라마의 극장판 답지 않게 수술 장면도 TV 수준에서 한발짝도 벗어 나지 못하고 있다. 생과 사를 왔다 갔다 하는 환자들 속에서 겪는 의사들의 이야기들을 영화는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 어쩡쩡한 사랑 이야기만 간신히 버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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