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간도> 넘치는 자신감, 이유있는 흥행 돌풍

리뷰

<무간도> 넘치는 자신감, 이유있는 흥행 돌풍 :::

윤현호 | 2003년 02월 21일
조회 3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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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거대 범죄조직인 삼합회의 진영인(양조위)은 두목인 침형(증지위)에게 총애를 받는 행동대장입니다. 강력계 유건명 반장(유덕화)은 뛰어난 일처리 능력과 능숙하게 범죄자를 다루는 솜씨로 경찰 내에서 크게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 남자 모두 가슴속 깊이 '칼'을 숨겨 두고 있다는 걸 누가 알았을까요? 진영인과 유건명 모두 '내부의 적', 즉 스파이였던 거예요. 한쪽은 삼합회의 정보원 노릇을 하고 있었고, 다른 쪽은 경찰 내부의 첩자였던 거죠. 오랫동안 탈을 쓰고있던 두 남자는 대대적인 마약소탕 작전을 계기로 서로의 존재를 감지하게 됩니다. 진짜베기 숨막히는 게임은 지금부터 시작되겠군요.

1. 넘치는 자신감

<무간도>에는 자신감이 넘칩니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관객에게 보여 줄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예요. 스타일 과잉의 총격씬을 자제하는 대신 캐릭터들의 앙상블 연기로 승부를 걸었다는 점이 영화에 가득 베인 자신감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총격씬 자체가 중요한 볼거리로 작용하는 이런 장르에서 순전히 인물과 사건의 긴장관계만으로 승부를 걸었다는 것은 그만큼 시나리오대한 신뢰가 크다는 걸 반증하는 것이죠. 황반장(황추생)이 죽는 옥상 장면의 총격씬 정도가 그나마 총소리를 풍성하게 들을 수있는 액션 장면의 전부라면 <무간도>는 정말 야심찬 도전을 하고 있는 겁니다.

<무간도>의 넘치는 자신감은 이야기를 풀어 가는 방식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야기가 명쾌하고 잘 정돈되어 있어요. 각각 스파이로 운명 지워진 두 남자의 초반 설정 장면의 경우, 가볍게 스케치하듯 짧은 호흡으로도 스타일리쉬한 멋이 살아있습니다. 전달할 내용과 영화상의 전개된 시간이 언제나 비례하는 건 아니죠. 관건은 관객의 뇌리에 남는 강한 플롯들입니다. <무간도>는 인상적인 플롯들을 곳곳에 배치함과 동시에 잡다한 잔줄거리로 런닝 타임을 낭비하지 않습니다. 유건명에게 숨겨진 아이가 있다거나 진영인과 관련된 짤막한 연애 에피소드처럼 늘어질 만한 여지에서조차 생략미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보폭역시 큼직큼직하면서도 집중해야 하는 부분에선 놀라운 포착력을 보여 주고 있어요. 영화에서 시간상 비중을 많이 둔 '마약소탕 작전'의 경우, 과다할 정도로 오래 끌고 갔던 부분이긴 해요. 하지만 이 장면은 말하자면 잽을 여러 번 날려서 대상을 묘사하는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한번의 강펀치로 대상을 일시에 제압하는 효과를 노린 것과 같아요. 서 너개의 에피소드가 해야 할 이야기를 한 공간과 장소에서 해결하는 거죠.

2. 버디무비의 질감으로

<무간도>에서 가장 빛을 발하는 아이디어는 기존의 1인 첩자 이야기에 한명을 더 추가한 설정입니다. 덕분에 버디무비 특유의 강한 질감까지 쥐게 되었어요. <무간도>에서 진영인과 유건명은 대립되는 위치에 있지만 같은 덫에 걸렸다는 절박함 때문에 동료애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습니다. 영화 도입부에서 같은 음악을 공유한다는 설정은 이들의 동질감을 잘 표현해 내고 있는 장면이죠. 둘의 동질감은 결국 후반부에 닥치게 될 파국에도 적절한 긴장감을 부여하게 됩니다. <무간도>가 관객에게 선택받았다면 그것은 부차스런 영화적 기교 때문이 아니라 인간관계에 대한 면밀한 묘사가 받아들여졌기 때문일 거예요.

<무간도>는 몇 년 사이 집단 무기력증에 걸려 허우적거리던 홍콩 영화계를 구원해 줄만한 영화입니다.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이런 영화가 열 편 정도만 더 나온다면 지난 시절에 누렸던 홍콩 영화의 권세를 다시 찾을 수도 있을 거예요. 아.. 물론 불가능하다는 걸 알아요. 정작 <무간도>를 만든 유위강 감독 마저 그가 예전에 만들었던 <풍운>이나 <중화영웅>같은 전형적인 홍콩 영화를 다시 뽑아 댈 테니까요.

<무간도>이후의 홍콩영화계가 어떻게 돌아가든 일단 <무간도>의 등장은 '홍콩 느와르'의 부활이니 재림이니 하는 호들갑들을 다 넘어갈 정도로 신선하고 자극적인일이 분명합니다. <★★★★1/2>

Tip

●● <디 아이>의 팡 형제가 편집을 했네요. 크리스토퍼 도일은 촬영 지휘(?)라는 어정쩡한 위치에 있는데 아마도 얼굴마담정도의 역할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 워너에서 <무간도>의 리메이크를 진행중이라고 합니다. 특히 브래드 피트가 <무간도>의 영화화에 커다란 관심을 보인다고 하네요. 아무래도 양조위 역할이 어울릴듯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