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의 힘> 영화평에서 빗나가 버린 그의 영화에 대한 고백과 잡담 :::
여임동 | 1999년 10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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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내 글들이 [비평]이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강원도의 힘],이 영화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은 비평이 아닌 그저 [고백]이라고 칭하는 것이 옳을 듯 싶다.솔직히 말하자면, 난 홍상수 감독을 존경하지만 그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의 영화가 어떤 감동을 주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의 영화를 보는 일은 [고역]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고역이라는 것 또한 지겹다, 졸리다 같은 상투적인 의미가 아닌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도 밝혀야 될 듯 하다.
고백을 한다는 것은, 많은 영화에서 차용된 것처럼 [거울]을 마주보고 선 것을 뜻할 것이다. 그리고 홍상수의 영화는 그런 면에서, 고백을 할 수 있는 매개채 즉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한다. 많은 분들이 평했듯이 그의 영화는 현실을 아주 담담히 그러나 예리하게 바라보면서, 홍상수 그 자신의 감정없는 목소리처럼,툭툭 관객에게 "무엇을 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해댄다. 그리고 어느새 [유희]로서의 영화는(영화관람료 혹은 비디오 대여료라도 돈을 지급하고, 2시간의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혹 부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어떤 이유로든 유희의 범위에서 벗어날 수 없을 듯 하다) 어느 영화 잡지의 평가 기준처럼, 고독한 [여행]이 되버린다. 물론 그 여행은 강원도가 지칭하듯이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이면서도, 자주 가볼 수 없는 곳, 즉 이미 [영화]라는 것을 통해 느끼기 힘든 그 진정성과 맞닿아 있을 것이다.
대체 [강원도의 힘] 아니,그 전에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을 봤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그저 삶에서 한번쯤 별 다섯개 매겨져 있는 [작가주의] 영화를 나도 한번은 봤다라는 [만족감]인가, 아님 영화라는 것을 공부 혹은 비평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서 그의 영화에 숨은 의미를 파헤치기 위한 [숨바꼭질 놀이]인가? 아니 거꾸로 상황을 돌려 그럼 과연, 각기 다른 [생각]과 [동기]와 [미적감각]을 가지고 영화 앞에 앉은 관객들에게 도대체 홍상수 감독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인가? 그의 영화에 대한 그 많은 비평들의 가치와 수고를 모두 무너뜨리려는 생각은 없지만, 적어도 나에게, 그의 영화는 어떤 잣대를 들이대서 온갖 자의적 해석을 덧붙여 어떤 의미구조를 파헤치려고 하거나, 분석을 시도하는 것은 그리 현명해 보이지 않는다.
만일 그의 영화를 분석해야만 한다면, 아마도 그 [거울]의 구조를 파헤쳐 보는 것보다, 내가 왜 이 거울에 섰는지(그러니까 내가 왜 이 영화를 보왔는지) 그 관계를 연구해보는 것이 더 좋을 듯 싶다. 왜냐하면 내가 그의 영화를 보고 궁금한 것은 그의 영화 자체에 [어떤것]이라기 보다, 왜 이 영화를 보고, 감동을 느끼고, 무언가를 배웠다는 생각을 하고, 별 다섯 개를 팍팍 주는 그 [누군가]들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주변에 [아픔]과 [부조리]와 [모순]들에 대해서는 침묵과 냉소를 보이는 사람들이 정작 TV 혹은 영화라는 장치를 거쳐 재현되는 그 과잉된 이미지 앞에서는, 어느새 닭똥 같은 [눈물]과 무서운 [분노]를 보여주는 이 현실의 아이러니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일단 생각할 꺼리를 남겨두자. 우선은 그의 영화에 대한 내 고백을 시작하자. (그러니까 홍상수의 영화를 두고 우리의 얘기를 해보자는 말이다)
처음 그의 영화를 본 것은, 누구나 그랬던 것처럼 각종 영화잡지에 올려진 호평 때문이었다.(잠시 옆 길로 새어서 잡담을 해보자면, 이젠 어쩔 수 없이, 영화 자체에 대한 논의보다 그 수많은 영화들 중에서 나의 선택을 유도 혹은 강요<그 반대로 특정 영화를 만드는 그 유도와 강요> 하는 그 힘과 권력의 관계를 고찰해보는 것이 더 중요성을 띄지 않을까?)그리고 그의 영화를 접한 첫느낌은 솔직히 그저 그랬다. 당시만 해도, 나에게 영화란 이 답답하고 반복되는 삶 속에서 잠시 나마 벗어나는 [해방구]였는데, 그런 나에게 다시한번 똑같은 일상을 보여줌으로써, 출구조차 찾지 못하게 만드는 이 영화가 어찌 기분 좋은 느낌으로 다가왔겠는가? 그나마 "그저 그랬다"라는 평을 한 것은, 당시 내 머릿 속을 가득채우고 있던 별 다섯개짜리 영화에 대한 존경의 [강박관념]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내 생각은 그의 두번째 영화 [강원도의 힘]에서 완전히 깨져버렸다.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이나마 세상을 알게된 지금 현재의 상황이 그의 영화를 다시 보게 하게끔 새로운 [맥락]을 제공한 것일테다. 그러니까 영화를 보는 내 눈이 달라지는 그 시간에 우연히 홍상수 그의 두번째 영화가 온 것이라는 말이다. 철학적 틀을 빌리자면,내가 이 세상을 바로 볼 수 있으리라는 그 [주체적]인 시각은 여지없이 깨지고, 난 지금 현실을 바로 보고 있지 않다라는 답을 내던 그 시간에 홍상수라는 기이한 거울 판매상이 떡하니 내 앞에 거울을 내려놓았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눈이 안보이고, 열정만 가득차 있던 나에게 "너 지금 왜 영화를 보고 있니?" "무엇을 보려고 하는데? " "그래서 넌 무엇을 봤니?"라는 화두를 던진 홍상수는 내 존경의 대상이 되 버린지도.
근데, 앞서도 말했다시피 그의 영화는 다시 보기 민망할 정도로 [고역]의 일이다.먼저 지금까지 그가 던진 화두에 대한 중 간답변을 내자면, 난 현실의 진실을 보고 싶어하고,그것을 굳이 [영화]라는 매체와 그 [영화]라는 것을 둘러싼 현실의 관계를 통해 보고 싶어한다.그리고 지금까지 본그의 영화는 이런 욕구를 충족시켜 주었던 것 같다. 하지만 말이다. 언제나 자신의 폐부를 드러내는, 그것도 별 감정없이 보여주는 그런 시선은 한번은 놀라움과 머쓱함과 반성의 감정으로 견디어 낼 수 있어도 그 다음은 힘들기 마련이다.그의 영화는 다른 영화에서 볼 수 없는 그런 무덤덤한 [시선]이 있다는 점에서, [희귀성]을 가지며, 그만큼의 가치를 지니지만 그의 영화는 상처를 내보여 줄 망정 그것을 [치유]하려는 의지는 없어 보인다. 이 점이 그의 영화를 다시 보는 일이 [고역]인 이유다.
세상은 정말 아이러니와 모순으로 가득차 있는 듯 하다. 현실과 이미지 속에서 갈피 못 잡고,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 감동 받으면서도 정작 현실의 아픔은 외면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물론 이것은 아주 작은 이유일 뿐이다)앞서 잠깐 꺼냈던 얘기를 상기시켜 보자. 그는 영화를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키취적인 감동이나, 어설픈 치유를 하려는 수작을 부리지 않고(물론 난 홍상수 그가 언젠가는 진정한 치유를 해주길 바란다,진심으로)똑바로 관객에게 [문제제기]를 한다.이 영화를 보고 감동받고, 별표 주고, 극찬하는 나같은 사람들에게 말이다. 이건 그저 [영화]일 뿐이며, 진실은 당신들 삶자체 속에 있다고 말이다. 그러니까 진실을 보려고 감동을 얻으려는 사람들에게(영화를 봄으로써), 그러한 헛된 욕망 속에 빠져 있는 그들 자신의 실제 모습을 비춤으로써, 역설적으로 그들을 영화 밖 현실로 밀쳐내 버린다. (최근에 이런 모습을 보인 감독은 다름아닌 [에반겔리온]의 감독 안노 히데야끼인 것 같다. 그는 만화 속에 빠져 버린, 그래서 이미지에 빠져 버린 오타쿠의 모습을 이미 오타쿠들의 신화가 되버린 그 자신의 작품 속에 삽입하여 고발한다. 홍상수의 영화 또한 똑같은 방법으로 관객에게 [역공]을 시도한다)
쉽게 말하자면, 이렇게 그에 대해 혹은 그의 영화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그의 영화에 진실과 의도를 모른다라는 것을 밝히는 것과 같다. 그가 바라는 것은 [영화]에 대한 그 수많은 담론이 아니라, 그 담론을 쓰는 그들이 살고 있는 [현실]에 대한 담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리스 신화에 날개를 달고, 더 높은 곳을 날아가기 위해, 하늘 높이 올라가다 뜨거운 햇볕에 타죽은 이가 있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의 영화에 대해 잡담을 늘어놓은 [변명]이다. 내가 아직 덜 컸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 정성일씨가했던말중에영화를많이보지말자라는얘기가있었다.
맥락과의미는다르지만내가하고싶은말도이말과비슷하다
영화도마약과비슷하다. - 미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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