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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값비싼 병영 드라마 :::


윤현호 | 2003년 02월 04일
조회 3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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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신현준)과 이태현 대위(김영호)는 대한민국 잠수 부대 SSU의 최고 실력자이자 둘도 없는 친구 사이입니다. 단단한 우정을 자랑하는 이들이지만 동기이자 후에 직속 상관이 되는 강수진 소령(신은경) 을 사이에 두고 미묘한 갈등을 벌이게 됩니다. 하지만 역시 우정을 위해 마음을 접어 버리고 마는군요. 지금 해군은 '밍크 작전'이라고 명명한 대대적인 합동 훈련을 통해서 SSU 대원들의 실력을 테스트하려는 찰나입니다. 이 훈련이 이들의 우정과 사랑을 시험하게 할 줄 이들은 알았을까요?

1. 값비싼 병영 드라마

<편지>의 이정국 감독이 야심차게 도전한 프로젝트 <블루>는 제작 준비 기간만 4년이 걸린 '대작(?)'입니다. "드라마가 살아 있는 액션 영화" 라고 외치며 준비 기간 대부분을 시나리오 다듬는데 할애했다고 하는군요. 또한 근래 보기 드물게 해군 당국의 전폭적인 '지지'에 가까운 협조 덕분에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알려진 대한민국 SSU부대의 실체를 담아 내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50억 짜리 군홍보 영화를 만들게 아니라면, '병영 일기' 이상의 뭔가를 보여줘야 할꺼예요.

결과부터 밝힌다면 <블루>는 '값비싼 병영 드라마' 이상의 것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해양 블록 버스터'라는 큼지막한 선전 문구 때문에 <블루>라는 유람선 티켓을 끊었다면 십중팔구, 항해 도중 바다로 뛰어들고 싶을 정도로 배신감이 느껴질 거예요. 이런 규모의 영화에서 기대할 만한 어떤 기본적인 볼거리를 무시한 채 무작정 닻을 올리고 항구를 도망치듯 달아나 버린 영화가 <블루>입니다.

영화에는 두 번 정도의 액션 모드가 준비되있긴 합니다. 괘도를 이탈하고 심해에 가라앉은 미사일을 인양하는 초반부와 후반부에 준비된 밍크 작전중 가라앉은 잠수함을 인양하는 장면입니다. 하지만 만족스럽지 않군요. 마치 자신이 액션 영화인걸 의무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억지로 끼워넣은 것 같은 불협화음이 느껴집니다.

개인적인 분노로 임무를 망치려 하는 얄팍한 성격의 부대원에게 모든 갈등을 집중시킨다거나, 후반부의 '18번 신파모드', 즉 사랑과 우정을 위해 스스로 생명줄을 끊는 희생정신은 그다지 드마마틱하게 살아 있질 못합니다. 뻔한 소재를 사용했다는 걸 탓하는 게 아니예요. 수많은 영화에서 동어반복 되었던 소재라 하더라도 어떻게 다루었느냐를 문제삼고 싶은 거죠. <블루>는 익숙한 소재를 한치의 어긋남이나 반전 없이 곧이곧대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스스로 해초에 뛰어든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사소한 항해

액션 모드에서 관객을 만족시켜 주지 못한 <블루>에게 남은 건 캐릭터와 사건이 조합하는 '드라마'부분인데, 이마저도 영화를 뒷바쳐주지 못하는군요. <블루>가 연주하고 있는 드라마는 우정 사이에 끼어든 사랑의 존재입니다. 김준과 이태현 둘다 강소령을 사랑하지만 영화내에서 좀더 주인공 대접을 해주는 캐릭터는 김준입니다. 김준의 강소령에 대한 사랑은 우정을 위해 숨겨지게 됩니다. 후에 강소령은 김준의 진심을 알게되지만 그땐 이미 자기 한몸 희생해서 부대원들을 살리는 비장 모드로 접어든 후예요. 음..

<블루>의 드라마가 가지고있는 문제는 '상투성'과 관련된 문제에서 끝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보다 근본적인 진단이 필요해요. 그것은 <블루>가 하려는 이야기는 스크린에 담기엔 너무나 '사소한' 병영 드라마가 아닌 생각이 들어요. 사소한 소재를 택했기 때문이 아니예요. 7000원이란 물질적 가치를 보상해줄만한 기회비용의 사소함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블루>는 같은 잠수부대원을 다룬 <맨 오브 오너>와 비교할 때 더욱 빈곤한 처치가 될 것 같습니다. 남자들의 우정도, 그렇다고 숭고한 희생정신도 제대로 건져 올리지 못하고 외롭게 익사해 버리고 말았으니까요. ㅡㅡ

Tip

신은경 대신 오현경이 출연할 예정이었다고 합니다. 한때 스포츠 신문에서 떠들던 '오현경 복귀'에 해당하는 영화가 <블루>였죠. 하지만 해군 측의 이미지에 대한 우려와 오현경 본인의 역할 부담으로 좌초되었다 합니다. 여기에 기사가 있군요.






윤현호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면서 '바람'의 존재를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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