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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 2> 절박하지 않은 퍼즐 :::
평점 ★★★

윤현호 | 2003년 01월 31일
조회 3373


(영화 감상에 방해가 되는 단서가 몇줄 있습니다. )

전편과 마찬가지로 답답한 정육면체(큐브) 공간에서 눈을 뜨게 된 주인공들이 등장합니다. 어쩜 이렇게 각 직업 군에서 한사람씩만 추출했을까요? 게임 프로그래머, 정신과 의사, 사립 탐정, 변호사, 엔지니어, 장님 소녀, 치매 걸린 할머니.. ㅡㅡ 이들 모두는 어떤 이유로 큐브 안에 갇혔는지 모르지만 직,간접적으로 연관을 맺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제 이 난감한 미로를 빠져나가야 할텐데, 보다 강화된 미로가 어째 만만해 보이는군요. ㅡㅡ

1. 강화된 미로? 맥빠진 스릴감!

성공한 저예산 영화 <큐브>의 속편을 만드는 일은 상당히 유혹적으로 다가옵니다. 일단 한정된 공간과 인물이라는 설정을 관객들은 충분히 받아들여진 상태죠. 속편이라는 연속물 형태로 가장해서 아이디어만 살짝 바꿔 주면 됩니다. 방 입구에 새겨진 숫자가 미로를 빠져나가는 열쇠였다면 속편에선 다른 모양의 자물쇠와 열쇠만 준비하면 됩니다. 잘만하면 아주 간편하게 영화 한편을 만들 수 있는 거예요. 전편이 예산의 한계로 디테일 묘사를 자제했다면 그런 요인들을 최대한 끌어내서 영화를 좀더 풍성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조명만 바꿔 단 빈곤한 세트장을 돌아다니지 않아도 됩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풍성한 헐리우드 자본을 수혈 받게 되었군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큐브 2>는 일단 광고 클립에 쓸 만한 장면이 많은 영화가 되는데는 성공했습니다. 작은 사각형이 방안을 뒤덮을 정도로 증식하는 장면이나, 중력과 시간이 파괴되고, 여러 방들이 하나로 겹쳐지는 장면들처럼 화려한 C. G로 무장을 했습니다. 큐브 내부의 세트 디자인도 좀더 고급스러워졌고요. 이렇게 강화된 비주얼과 함께 영화는 더 강하게, 더 어렵게 보이기 위해 전작의 3차원 설정에서 평행 우주 이론을 빌려 와 4차원 공간을 사용합니다. 덕분에 17,576개의 방들이 6천만 개로 엄청난 증식을 하고 말았습니다. 더 강하고, 더 어려워진 미로를 만들 긴했지만 글쎄요..

2. 절박하지 않은 퍼즐.

아쉽게도 <큐브 2>에서는 방이 주는 공포감을 느낄 수가 없어요. 아예 안전한 방과 위험한 방의 구분이 없죠. 입구에 걸린 숫자를 잘못 해석하면 바로 '게임 오버'되는 절박함은 사라져 버렸습니다. 대신 모든 걸 빨아들이는 소용돌이나, 시공간의 파괴로 수많은 내가 존재하는 상황들과 같이 직접적인 위기감과 시각적인 공포에 주력합니다. 전편이 주었던 퍼즐을 푸는데서 오는 추리적 재미가 헐리우드식의 비주얼 공포로 달라진 것이죠. 덕분에 전편의 수학과 추리를 결합시킨 <큐브>다운 재미는 단순한 '액션'으로 머물러 버립니다. <큐브2>의 유일한 수학적 단서인 60659의 실체 역시 수학과 연관된 문제가 아닙니다. 이제 더 이상 관객들은 퍼즐을 푸는 게 아니라 비명 오페라가 연주되는 단순한 '공포'영화를 감상할 뿐입니다.

영화가 내놓는 반전은 <큐브 2>가 가진 가장 커다란 난센스입니다. 가끔씩 반전을 품은 스릴러 영화들 가운데 영화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죠. 지금까지 이런 일이 있었는데, 실은 모두가 '꿈'이었어..하는 식의 반전은 순간적인 쇼크 효과는 있을 지언정 별 소득 없는 결론입니다. <큐브 2>가 그렇습니다. 마치 양파 껍질 벗겨 내듯, 반전으로 인해 지금까지 힘들게 까던 게 단지 껍질 뿐이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합니다. 알멩이를 품지 않았다는 정작 커다란 반전을 드러내면서 말이죠.

<큐브 2>는 많이 아쉬운 속편입니다. 모양새는 속편을 취하고 있지만 정작 대체할 만한 아이디어의 부재가 치명적으로 작용하고 말았습니다.

보태기

●● 그럭저럭 잘 나가던 영화가 '홀로 코스트'식의 무자비 살생영화가 되버리더군요. ㅡㅡ

●● 평행 우주를 쉽게 설명해주는 장면이 나오던데... 다들 이해하셨나요?






윤현호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면서 '바람'의 존재를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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