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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 진화하지 못한 바이러스 :::


윤현호 | 2003년 01월 18일
조회 2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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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 이야기를 혹시나 모르신다면 스포일러가 가득 있습니다. 설마 아직까지...)

공포의 '스팸 비디오'와 관련된 소문이 있습니다. 일단 보게 되면 정체불명의 전화가 걸려 오는데, 일주일 뒤 같은 시각에 죽게 된다는 거예요. 방송 기자인 레이첼(나오미 와츠) 은 의문사한 조카의 죽음이 이 비디오와 관련있다는 소문을 듣게 됩니다. 문제의 비디오를 보고 나서야 소문의 진실을 믿게 되지만 그녀에겐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비디오에 얽힌 사연을 풀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그녀를 더욱 절박하게 몰아가는 건, 자신의 아들도 비디오를 보고 말았다는 것. 이제 레이첼은 물러설 수 없는 게임에 돌입할 수 밖에 없습니다.

1. 소설이 아닌 영화를 복제하다.

헐리우드 <>이 일본과 한국의 <링>과 다른 점은 스즈키 코지의 소설 <링>을 각색한 것이 한국과 일본의 <링>이라면 미국산 <링>은 소설이 아닌 이미 영상화를 거친 한국과 일본의 영화 <링>을 리메이크했다는 점입니다. 한국 <링>은 스즈키 코지의 원작을 최대한 가깝게 가는 방법을 취했지만 일본 <링>은 원작의 디테일한 상황을 따라가기보다는 소설의 분위기를 재현하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 <링>이 좀더 직접적인 공포를 보여주는데 반해 일본 <링>은 현학적인 공포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스즈키 코지의 원작 소설이 아닌 이미 영상화 과정을 거친 대상을 리메이크 한 덕분에 <링>은 성공적으로 관객들에게 받아들여졌던 이미지를 최대한 보전하면서 안전하게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이점이 생겼습니다. '텔레비전 기어 나오기'나 '유령 사진', '환상 장면에서 생긴 상처' 들의 장면들이 여전히 살아 있죠. 자막이 들어간 외국 영화를 멀리하는 미국 관객들에겐 <바닐라 스카이>의 경우처럼 그대로 장면을 들이밀어도 효과가 먹힐 수 있었습니다.

끊없이 자기 복제를 시도하려는 영화 속 사마라처럼 같은 모양세라 해도 '증식'만 가능하다면 얼마든지 대량 복제를 할 수 있는 거죠. 문제는 규모와 질감이 전작들보다 얼마나 더 거대해졌느냐 입니다. 감히 동양의 낙후된 테크닉으로는 시도할 수 없는 다양한 기술들이 가미된다면 이미 원작에 익숙한 관객들도 감염시킬 거라고 생각했나 봅니다.

2. 진화하기엔 역부족.

새로운 '창조'보다는 '복제'에 치중하며 증식하는데 성공한 헐리우드 <링>은, 그러나 '불멸'을 위한 '진화'과정까지 가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충분히 놀랐던 장면이 다시 재현되는 수준에 머물기 때문에 '다른 것' '새로운 것'을 원하는 관객들을 충족시켜 주지 못합니다. 비디오에 담겨 있는 영상물은 한국과 일본 <링>에 비하면 더욱더 구체화되었지만 디테일만 강해졌을 뿐 더 진전한 공포를 주지는 못합니다. <식스 센스>에서 튀어나온 불길한 능력의 남자아이는 이 영화에 보강된 공포감을 주지 못하고 <식스 센스>의 성공한 이미지에 안주하려는 듯한 나약함이 느껴집니다.

<링> 이야기의 가파른 공포감은 하얀 소복 처녀가 텔레비전을 기어 나온 후부터 시작합니다. 스릴러 영화의 관습상 '조금 있다 자막 내려오며 끝나겠군' 하며 뒤돌아 가는 관객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쾌감이 <링>이 가진 최고의 카타르시스입니다.

글쎄요.. 스즈키 코지가 문자로 표현한 스멀스멀한 공포감을 한국과 일본의 어떤 영화도 제대로 전달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헐리우드 <링>은 그 중에서도 가장 부족해 보입니다. 모든 비밀의 열쇠를 아들에게 쥐어 버린 나머지 술술 말로서 설명해 주는 대목은 너무나 불성실해 보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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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관객들도 오래된 우물이 얼마나 으시시한가를 공감할 수있었을까요?

영화에 투덜된 것과는 별개로 나오미 와츠의 메이져리그 진출은 기쁜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윤현호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면서 '바람'의 존재를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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