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파이트> 열혈 복싱소녀, 링 위에서 희망을 찾다

리뷰

<걸파이트> 열혈 복싱소녀, 링 위에서 희망을 찾다 :::

정미래 | 2002년 11월 19일
조회 2387

할렘가의 유색인인데다가 여성이기까지 한 고등학생 다이아나가 부적합하고 불만 가득한 세상을 살아가는 법칙. 그것은 바로 ‘주먹’이다. 그리고 그 문제 많은 소녀는 ‘정당한 주먹’인 권투를 통해 희망을 찾고, 사랑을 배운다.

- 내 취미? 주먹질이야!

그녀의 이름은 다이아나.
고등학교 졸업반인 그녀의 유일한 취미는 신경에 거슬리는 녀석들 흠씬 두들겨 패주기다. 항상 불만에 차 있는 표정, 뚫어지게 응시하는 날카로운 눈과 꽉 다문 입술로 독설을 내뿜는 그녀는 어머니의 부재와 아버지에 대한 분노,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 대우를 받아야하는 현실, 넉넉하지 못한 집안 환경으로 인한 어려운 생활 속에서 다혈질의 터프한 소녀가 되어버렸다. 그냥 모든 게 맘에 안 들고, 재미없는 세상. 그야말로 ‘한 덩치’하는 그녀에게 있어서 주먹질은 필수요, 선택사항이 된 샘.

오늘도 그녀는 학교에서 맘에 안 드는 친구를 맘껏 패준다. 그런 다이아나를 곱게 볼 이는 없을 터. 학교 내에서 그녀는 일명 ‘문제아’로 통한다. 공부는 도저히 하기 싫고, 지긋지긋한 할렘가의 우중충한 생활에서는 하루 빨리 벗어나고만 싶다.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다이아나는 어떻게,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까?
누가 뭐래도 주먹질 하나에서 만큼은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는 그녀. 하지만 무조건 사람을 패면 선생님께 혼나고 아버지한테 혼나고, 유일한 단짝 친구마저도 싫은 소리를 한다. 그러나 아무리 때려도 누가 뭐라 하지 않는 것, 오히려 잘 때리면 칭찬 받는 것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권투.
“그래 내가 할 일은 권투 선수가 되는 거야.”
다인아나는 악으로 깡으로 남자들의 세계인 복싱 체육관을 ‘접수’하고, 현명한 코치에게 진정한 복서에 대해 배우게 된다. 그리고 ‘남성미 넘치는’ 그를 만나 터프한 사랑에 빠진다.

- 복싱 소녀의 파워 넘치는 사랑이야기

<걸파이트>는 땀 냄새 물씬 나고, 근육의 힘이 느껴지는 터프한 러브 스토리다.
치마 좀 입으라는 아버지의 말을 한 귀로 흘려버리며, 여느 남자들보다 더 남자 같은 ‘선머슴’ 다이아나는 진정 ‘남자다운’ 복서 애드리안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다혈질의 그녀는 서투른 사랑의 표현과 우유부단한 그의 태도에 어찌 해야 할 바를 모른다. 다이아나는 결코 쉽지 않은 길 복서가 되기 위한 힘든 훈련과 사랑을 만들어가기 위한 마음고생을 동시에 하게 된다.
“권투 선수에게 사랑은 금물이다”라고 외치고는 있지만, 다이아나는 권투와 사랑을 동시에 쟁취하며 불만에 찬 세상을 ‘그래도 살만하게’ 만들어버린다. 다이아나와 애드리안이 보여주는 ‘주먹이 오가는’ 터프한 사랑의 줄다리기는 복서들만이 느낄 수 있는 특권이리라.

- 권투를 통해 희망을 찾자

<걸파이트>는 생 초보 다이아나가 제대로 된 권투선수로 성장하기까지의 훈련 과정들, 여러 권투 경기 장면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권투는 주인공이 삶에 대한 희망과 진정한 사랑을 찾는 과정을 매력적으로 보여 줄 중요한 소재다.
여자가 권투를 한다고 하면 일단 무조건 무시하고 보는 것이 남자들의 습성이다. 그러나 웬만한 남자보다 강한 펀치를 날리는 다이아나는 그런 남자들의 편견에 일침을 가하고, 혹독한 훈련을 견디며 스스로도 한 층 성장해 나간다.
‘권투’라고 하면 꽤 격력하고 다소 잔인하기도 한, 남성들의 스포츠라고 생각되기 마련이다. 영화는 다이아나가 다니는 체육관의 훈련장면과 경기 장면을 많이 보여주고 있지만, 권투를 소재로 한 여느 영화들처럼 물 흐르듯 흐르는 온 몸의 땀이나 거친 펀치로 쓰러지고 피 튀기기는 격렬함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가벼운 터치로 그려지는 산뜻한 권투 장면이라고나 할까? 물론, 그네들이 하는 권투가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걸파이트>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점은 다이아나를 연기한 배우 미셸 로드리게즈(Michelle Rodriguez)다. 긴 머리카락만 아니라면 남자라고 해도 어느 한 사람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정도로 상당히 다부진 체격을 지니고 있으며, 선이 굵은 얼굴선에 무서울 정도로 강한 눈빛을 내뿜는 그녀는 다듬어지지 않은 신인의 풋풋함과 당당함을 보여준다.
사실 이 영화는 미셸 로드리게즈를 위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이아나라는 주인공이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여성으로서의 매력이라고는 거의 찾아볼 수없는, 터프하고 문제 많은 캐릭터를 미셸 로드리게즈는 별로 어색하지 않게 표현해냈다. 그 만큼 보는 이의 시선을 충분히 끄는 마스크와 분위기를 지닌 배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