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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유혹> 괴롭히는 여자와 당하는 남자의 뻔한 스릴러 :::


정미래 | 2002년 11월 16일
조회 3604


<위험한 유혹>은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Play Misty For Me)나 <위험한 정사>(Fatal Attraction)의 2000년대 고등학생 버전쯤으로 볼 수 있겠다. 원제인 ‘swimfan'을 ‘위험한 유혹’으로 바꾼 것만 해도 <위험한 정사>를 염두에 두고 한 것이리라.

장래가 보장된 유망한 수영선수 벤(제시 브래드포드)에게 접근하는 묘한 분위기의 여학생 매디슨(에리카 크리스텐슨). 헌신적이고 사랑스러운 여자친구 에이미(셔리 애플비)가 있지만 벤은 적극적인 매디슨의 ‘유혹’을 견디지 못해 넘어가고 만다. 그러나 매디슨은 그리 만만한 여자가 아니었으니, 벤에게 사랑을 원하며 상식을 뛰어 넘는 애정공세를 펼친다. 매디슨과는 잠시 즐겼을 뿐, 사랑하는 에이미가 있는 벤은 점점 메디슨을 피하게 되고, 그런 벤에게 화가 난 매디슨은 자신의 ‘무서움’을 본격적으로 보여주기 시작한다.

수영선수인 벤과 그를 사랑하는 매디슨의 관계는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의 라디오 DJ 데이브(클린트 이스트우드)와 그를 사모하는 팬 에벨린(제시카 월터)의 관계와 흡사하다. 그리고 <위험한 정사>에서 하룻밤의 정사 이후 댄(마이클 더글라스)에게 집착하는 알렉스(글렌 클로즈)처럼 매디슨도 한 번의 관계를 핑계로 벤에게 억지 사랑을 요구한다.

그리고 편집증적인 전작의 그녀들이 그러했듯이 매디슨은 벤에게 매일 전화를 하고 삐삐를 치며, 이메일을 보내고 집까지 찾아간다. 더군다나 <위험한 정사>의 알렉스처럼 매디슨은 벤의 여자친구 에이미에게 접근해 친구가 되기도 한다. 너무도 순수하고 착한 벤의 여자친구는 <위험한 정사>에서 댄의 현모양처 아내 베스(앤 아처)의 이미지와 겹쳐진다. 그리고 에벨린이나 알렉스처럼 사랑을 거부당한 매디슨은 질투와 복수심을 불태우며 벤을 파멸로 몰고 가려 한다.

이렇듯 <위험한 유혹>은 캐릭터와 그들의 관계, 이야기의 전개 과정까지 앞서 언급한 전작들과 매우 유사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지 전작들의 ‘아류작’ 수준을 벗어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다소 어설프며 억지스러운 에피소드들의 나열로 남녀의 애정에 얽힌 뻔한 스릴러의 공식을 유치하리만큼 그대로 따르고 있다. 매디슨의 어리석은 ‘복수극’이 아무런 걸림돌 없이 너무도 척척 진행된다는 점은 어쩐지 억지스럽다. 단, ‘뉴에이지 심리 스릴러’를 표방하는 영화 속의 푸르고 차가운 수영장의 이미지 하나는 강한 인상을 줄만 하다.

<위험한 유혹>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지배하는 색은 바로 푸른색이다. 푸른색은 상당히 차가운 느낌이 든다. 영화의 가장 중요한 배경은 고등학교, 그 안에서도 바로 수영장이다. 이 곳은 수영선수인 주인공 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으로써, 처음에 매디슨이 벤을 유혹하는 곳임과 동시에 사랑을 거부하는 벤에게 매디슨이 복수를 하는 공간이며, 영화의 결말이 지어지는 중요한 장소다. 그래서인지 <위험한 유혹>의 수영장은 그 어느 영화 속 수영장보다 더 푸르게 빛나며, 자극적이고 음침하기까지 하다.

부인이나 애인이 있는 성실하고 매력적인 남자. 그에게 접근하는 낯선 여자. 그리고 여자의 유혹에 못 이겨 사랑도 없는 관계를 가지는 남자. 그 후 사랑을 요구하는 여자에게 그건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고는 뒤돌아서는 남자. 그리고 편집증과 질투에 사로잡힌 여자의 처절한 복수극과 최후. 남녀의 애정행각에 얽힌 뻔한 스릴러의 공식이다. 사실 이제 와서 다시 만들어야 할 만큼 특이할 것 없는 진부한 내용일 수 있다. 그렇다면 관건은 바로 편집증적인 광기를 발산하는 여주인공의 캐릭터에 있다.

<위험한 정사>의 글렌 클로즈가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의 제시카 월터의 연기에 영향을 받았다고 하니, <위험한 유혹>의 에리카 크리스텐슨도 두 선배의 연기에 영향을 받았을까?

<트래픽>(Traffic)에서 마약단속국장 아버지의 뒤통수를 치며 마약에 푹 절어 사는 문제아 딸 역할을 맡아 잠시 얼굴을 비췄던 에리카 크리스텐슨은 이 영화에서 정신이상을 동반한 10대 팜므파탈 역에 도전하기는 했지만, 시종일관 굳은 표정으로 어색함을 자아낸다. 그리고 그녀의 넉넉한 몸매와 너무도 평범한 얼굴은 주인공 벤을 유혹하기에 함량 미달이 아니었나 싶다.

70~80년대, ‘남자를 괴롭히는’ 여자가 즐겨 사용하는 방법은 전화였다.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만 해도 그 ‘수단’을 바로 제목으로 사용함으로써 영화의 느낌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한 것이니 말이다.

2000년대는 일명 사이버 시대. 신세대 중에서도 신세대에 속하는 고등학생이 주인공이니 ‘괴롭히는 수단’도 달라지기 마련. <위험한 유혹>의 원제는 정확히 ‘swimf@n'이다. 문자에서 느껴지는 뉘앙스만 해도 상당히 사이버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 원제는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의 원제인 ‘Play Misty For Me’만큼이나 상당히 의미 있는 제목이다.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의 주인공 데이브의 직업이 라디오 DJ이며, 그에게 접근하는 여자가 매일 전화를 걸어 하는 말이 바로 “Play Misty For Me.”이다. 이 말은 단지 Misty라는 곡을 틀어달라는 뜻이지만, 그 말 속에는 사랑을 갈구하며 광적인 집착을 보이는 여자의 무서운 내면이 숨어 있다.

<위험한 유혹>의 매디슨은 ‘전화’를 피하는 벤에게 매일 ‘삐삐’를 치고 나중엔 스팸메일 수준에 해당되는 다량의 ‘이메일’을 살포한다. 그리고 이메일을 보내는 그녀의 ID가 바로 ‘swimfan’인 것이다. 이 ID는 수영선수 벤에 대한 비뚤어진 사랑을 그대로 녹여낸 것으로, 그녀의 ID가 바로 영화의 원제목이 된 것이다.

원제목을 그대로 살렸다면 영화의 표면적 이미지가 조금이나마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위험한 유혹'은 너무 식상한 제목이다.






정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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