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이 남자의 사랑, 치유 불가능

리뷰

<중독> 이 남자의 사랑, 치유 불가능 :::

윤현호 | 2002년 1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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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같은 시각에 교통사고를 당해 식물인간이 된 형제가 있습니다. 대진(이얼(A))과 호진(이병헌) 둘 다 의식불명 상태가 되 버리지만 동생인 대진은 1년이 지난 뒤 '귀신처럼' 깨어나고 맙니다. 문제 는 지금부터 시작됩니다. 깨어난 동생은 자신이 형이라고 주장한다는것이죠. 동생이 겪고있는 빙의 현상은 형수인 은서(이미연(A))와의 미묘한 관계로 인해 걷잡을 수 없는 갈등속으로 달려가게 만듭니다.

얼마 안 되는 시차를 두고 먼저 개봉한 일본영화 <비밀>과 연관되면서 <중독>은 표절의혹을 받게 되었습니다. 영혼이 바뀐다는 빙의를 소재로 사용했다는 혐의 때문인데, 일단 영화를 보게 되면 단순히 소재차원에서 '빙의'라는 공통분모가 있을 뿐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걸 알게됩니다. <비밀>에서 등장 인물들은 일단 빙의 현상을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 영화는 뒤바뀐 영혼과 육체를 차근차근 교통정리 해 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와 달리 <중독>의 인물들은 좀처럼 영혼이 바뀌었다는 상황을 납득하지 못합니다. 은수 부부만이 알 수 있는 은밀한 비밀을 서로 뀌어 맞추는 장면이 몇 번씩이나 반복되서야 인정을 하게 되죠. 문제는 빙의 현상을 인정했을 무렵이면 영화가 슬슬 끝날 채비를 하려든다는 점이죠. 누가 과연 <비밀>과 <중독>을 배다른 형제라고 했단 말입니까?

이전에도 '빙의 현상'을 다룬 영화는 많았어요. 1988년작 <마법의 이중주>의 경우는 아버지와 아들이 영혼이 바뀌었었고, 알렉 볼드윈과 멕 라이언이 열연한 <키스의 전주곡>은 결혼식 날 신부와 할아버지의 영혼이 바뀌는 경우였죠. 거기다 <18 어게인>이라는 영화에서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영혼이 바뀌게 됩니다. 나름대로 빙의 현상이 벌어질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써먹었던 셈입니다. 톰 행크스의 <빅>도 바뀐 상대가 없을 뿐 빙의 현상의 일종으로 볼 수 있겠고요. 작정만 한다면 이런 식의 '영혼 바꿔채기' 아이디어는 생각보다 풍성할 겁니다. 하지만 이들 영화는 '빙의'현상을 단지 헤프닝으로서만 사용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중독>이나 <비밀>처럼 황당한 사건 이상의 도덕적 딜레마를 동반하는 비극까지 이야기를 펼치진 않았습니다.

<중독>이 <비밀>과 다른 또하나의 차이점은 '빙의'현상을 대하는 경건한 태도입니다. <비밀>이 중간중간 코믹적인 장면들을 배치해서 딜레마의 무게를 환기시켜주는 것에 비해 <중독>은 조금도 이 상황을 즐길 생각이 없습니다. 따라서 영화는 답답한 방구석에 갇혀있는 느낌입니다. 밀페된 공간의 숨막히는 긴장감이 바로 <중독>을 표현하는 가장 적절한 방법인 듯 합니다.

이미연과 이병헌의 연기는 부족함 없이 가득 채워진 연기를 하고 있습니다. 영화 밖에서도 별로 안 친할 것 같은 두배우의 적대감은 <중독>의 맥락과 맞아떨어져 묘한 긴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미연은 시동생의 모습으로 나타난 남편에게 어떤 손길과 눈길을 줘야하는지 난감해하는 캐릭터를 잘 소화해내고 습니다. 하지만 역시 캐릭터 상으로 가장 어려웠을 것같은 배역은 이병헌의 대진이 연기일겁니다. 이병헌의 대진연기는 말하자면 관객의 반응을 몇 십리는 예상하고 던져야하는 까다로운 역할이거든요. 상당히 복합적인 감정을 연기해야 하므로 철저하게 계산된 연기가 필요합니다. 이병헌의 연기는 반전을 염두해두고 다시 봐도 견고함을 느낄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독>은 멜로와 미스테리의 장점들만 잘 뽑아낸 모범적인 영화입니다. 초반의 멜로적인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극 후반의 미스테리와 한호흡으로 포개지는 방식도 인상적이었고요. 다만, 반전이 밝혀지는 부분이 너무 간편하게 사용되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영화 전체를 뒤흔드는 성격의 반전치고는 너무 손쉽게 밝혀졌어요. 또한 반전이후에 필요 없이 늘어지는 에필로그도 문제점으로 지적될만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예상 밖의 반전을 제공한 <중독>에게 후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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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제목을 잘 음미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