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급조치 19호> 긴급조치 26호-졸속 기획영화 상영금지령 :::

이종열 | 2002년 07월 23일 조회 3996
분노할만한 이데올로기 없는 시대에 나온 <긴급조치 19호>는 십대들의 비중 높은 관심대상인 가수들을 못살게 군다. 그들이 노래를 못 부르게 하는 것. 대중들도 더 이상 노래를 들을 수 없다. 가수들이 정권을 장악하는 세계 추세를 우려한 정부가, 계엄령과 같은 이른바 긴급조치 19호를 발동시켰기 때문.
영화의 첫 장면은 광주항쟁 당시의 자료화면을 활용해 긴급조치 19호를 설득시킨다. 정말 불쾌한 장면이다. 서세원다운 발상이다. 빈약한 상상력이다. 그가 정작 노리는 것은 극중 대사(가령, "나훈아가 출마하면 잡초같은 인생 ○명이 움직입니다, 각하")에도 나오듯이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신화, 핑클, 베이비복스, 샤크라, 클릭B, 강타 등)를 보기 위해 그 팬 중의 일부라도 극장을 찾아준다면 영화는 본전은 뽑을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서세원이 그따위로 돈버는 방식이 싫다. <조폭 마누라>의 성공에 힘입어 그와 유사한 <4발가락>을 시간차 공격으로 내놓은 것이나 고결한 영혼의 피의 투쟁인 광주항쟁을 빈 졸속기획, <긴급조치 19>를 뻔뻔하게 만든 것은 한국영화의 진정한 발전을 생각하는 제작자라면 철저히 지양해야 옳았다.
어쨌거나 영화는 밀어 부치고 제법 웃긴다. 많은 가수들이 대거 출연함에도 단순 까메오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 내러티브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쪽에선 연예계의 병폐를 비판하는 신랄한 장면도 있다. 코미디 감각이 살아있는 장면도 있다. 또 간만에 존재증명을 하는 가수들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송은이가 진주로 둔갑하는 장면이나 개그맨으로 분류된 캔, 성악가 김동규가 몰래 트롯트 부르는 장면, 비인기 가수 또는 무명가수의 설움과 비애, 이주노가 오노된 사연, 싸이의 자기 조소 등은 재밌거나 씁쓸한 연민이 드는 볼만한 장면이다.
문제는 토크쇼를 끝낼 줄을 몰랐다는 것이다. 때문에 끝을 내야 하는 마지막 부분에선 다져지지 못한 내러티브가 와르르 무너지고 만다. 작위적 감동 주입이 난무하고 말도 안 되는 어색한 화해가 얼렁뚱땅 진행된다. 수습치곤 참 궁색하다.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을진대 영화는 그저 한바탕 웃고 말면 그만이다고 말한다. 서세원이여, 뒷감당을 어떻게 할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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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열 *취미-비디오 테잎 모으기, 영화일기 쓰기
*해보고 싶은 역할-엑파의 멀더
*내 인생의 영화-수자쿠
*이상형-스컬리+강철천사 쿠루미
*좋아하는 배우-소피마르소, 줄리 델피, 전지현, 조재현, 김유미
*감독-이와이 슈운지, 장선우, 에밀쿠스트리차, 키에슬롭스키, 기타노다케시
*싫어하는 것-아프다는 말, 로빈윌리암스 출연 영화, 가루약, 교복이 어색한 꼬질꼬질한 여중생, 스페이스 A의 루루, 양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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