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미 라인스> 만족스러운 '버넷 중위 구하기' :::

이종열 | 2002년 01월 04일 조회 3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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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전쟁 소재 영화를 좋아한다. 근작 중 <라이언 일병 구하기> <U-571> <에너미 앳 더 게이트> 등은 누가 뭐래도 꼭 봤으면 싶은 수작이다. 이들 영화엔 으레 전쟁영화에서 느끼길 바라는 제한공간 안에서의 긴장감이 팽팽히 당겨져 있다.
<에너미 라인스>도 이들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내용이야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서바이벌 게임적 흥미를 섞은 단선 플롯이지만 팝콘 관객이 바라는 박진감과 흥미진진한 볼거리에 대한 기대는 결코 배반하지 않고 들어준다.
그도 그럴 수 있던 것이 <에너미 라인스>는 앞서 든 흥행영화의 잘난점에 상당부분 기대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버넷 중위 구하기'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버넷을 사살하기 위해 특수임무를 부여받은 저격수는 <에너미 엣 더 게이트>에 빚지는 부분이 많다. 또 작은 부분 부분에서 상당부분 장르영화의 익숙한 점이 발견된다. 이는 좋은말로 이 영화가 기존의 관습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겠다.
과연 한 명의 병사를 위해 다수 희생이 요구되는 무리수가 필요한 것일까? <에너미 라인스>는 그렇다고 말한다. 이는 '미국이니까 할 수 있다'라는 자만심보다는 영화적 장치로서의 적절성으로 읽힌다. 가만히 보면 <에너미 라인스>는 지능적인 전투조종술로 도망치는 전투기를 끈덕지게 따라붙는 공중전을 공들여 보여주거나, 총알이나 지뢰가 버넷을 애써 피해가거나, 밀러 대위(톰 행크스)로 착각한 버넷이 포탄 굉음으로 정신공황에 빠지는 장면 등을 감질맛 나게 보여주고 있다. 이를 봐선 <에너미 라인스>는 애초부터 그리 심각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 같다. '우린 군인이니깐 당연히 한 명의 아군이라도 구해야 하는 거야!'라고 말하고 있는 것뿐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를 두고, 괜히 값싼 휴머니즘이니 팍스아메리카나니, 하고 따지지 말자.
이 영화는 애초부터, 최첨단 위성 시스템으로 버넷의 실시간 동영상을 보여주는 것과 같은 걸 감탄하면서 봐주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장면은 정말 긴박감 넘치면서 여유로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는 명장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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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열 *취미-비디오 테잎 모으기, 영화일기 쓰기
*해보고 싶은 역할-엑파의 멀더
*내 인생의 영화-수자쿠
*이상형-스컬리+강철천사 쿠루미
*좋아하는 배우-소피마르소, 줄리 델피, 전지현, 조재현, 김유미
*감독-이와이 슈운지, 장선우, 에밀쿠스트리차, 키에슬롭스키, 기타노다케시
*싫어하는 것-아프다는 말, 로빈윌리암스 출연 영화, 가루약, 교복이 어색한 꼬질꼬질한 여중생, 스페이스 A의 루루, 양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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