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킬러들의 수다> 넘치는 끼를 허투루 쓰지 말라 :::

이종열 | 2001년 10월 14일 조회 5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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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표 영화', '김기덕표 영화'처럼 '장진(A)표 영화'라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갖고 있는 장진 감독은 주로 코미디 장르를 통한 사회풍자, 즉 블랙코미디 화법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재주꾼이다. 이는 한국영화사에서 독보적인 것인데 아직은 잘난 체 수준이지만 분명 얄팍하진 않다. 단 우려되는 점은 그가 점점 사회와의 관계를 중시하던 초심에서 벗어나 대중과 영합하려는 혐의가 있다는 데에 있다.
세 번째 장편영화 <킬러들의 수다>는 이전 작품처럼 여전히 사회적 마이너리티인 킬러들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생각과 행동에서 이전과 같은 소수에 대한 애정을 보기란 힘들어졌다. 웃고 즐기려는 과장된 몸짓과 이미지의 달콤함이 워낙 강해 정작 맛보고 싶은 쓰디쓴 맛이 덜 감지된 것이다.
그러나 그가 <기막힌 사내들>을 사랑하던 팬을 저버린 것은 아니다. 여전히 그의 영화는 쓰며 재주로 똘똘 뭉쳐있다. 다소 오버하는 몸짓이 눈에 거슬리지만 남을 즐겁게 하는 재능 만큼은 얄밉도록 숙성해졌다.
장진은 영화를 일종의 놀이터로서 생각하고 즐긴다. 그래서 그의 영화엔 지극히 개인적인 기호가 즐비하다. 가령, '화이'라는 이름을 가진 착한 여자가 매 영화에 나오는 것이나 앵커 우먼 오영란에 관한 에피소드는 지극히 사적인 것이나 관객과의 소통에 아무런 문제점을 만
들지 않는다.
장진은 대사를 통한 유머효과가 또한 일품이다. <허탕> <택시 드리벌> <매직 타임> <박수칠 때 떠나라> 등의 연극 연출과 극본을 쓴 그의 입담은 고수의 경지에 있다. "I never miss you"를 "나는 절대 미스유가 아니다"라고 해석하거나 원빈의 사랑에 관한 설교는 아주 평범한 것에서 출발했지만 아주 커다란 폭발력을 지닌다. 이는 장진만의 재능이다.
아직 장진의 영화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 많다. 김기덕의 영화가 그랬었듯이, 언젠가는 그도 자기만의 안정된 세계를 구축할 것이기 때문이다. 단 그는 자신의 넘치는 끼를 허투루 쓰지 말아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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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열 *취미-비디오 테잎 모으기, 영화일기 쓰기
*해보고 싶은 역할-엑파의 멀더
*내 인생의 영화-수자쿠
*이상형-스컬리+강철천사 쿠루미
*좋아하는 배우-소피마르소, 줄리 델피, 전지현, 조재현, 김유미
*감독-이와이 슈운지, 장선우, 에밀쿠스트리차, 키에슬롭스키, 기타노다케시
*싫어하는 것-아프다는 말, 로빈윌리암스 출연 영화, 가루약, 교복이 어색한 꼬질꼬질한 여중생, 스페이스 A의 루루, 양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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