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 미국의 10대를 겨냥한 또 하나의 팬시 기획상품 :::
임지수 | 2000년 03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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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에는 10대들을 겨냥한 영화들이 얼마 전부터 '짭잘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것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며, 80년대 슬래셔 호러 필름을 비틀어 놓은「스크림」의 성공 이후 더욱 공공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어쩌면 「스크림」의 성공은 호러 필름의 중흥이라는 관점이 아니라 10대 영화 붐을 예언했다는 관점에서 파악해야 하는지도 모른다.「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은 이러한 10대 영화의 붐이라는 맥락에서 탄생할 수 있었던 영화다.
주지하다시피 이 영화는 1782년에 출판된 피에르 드 라클로의 <위험한 관계>라는 제목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것이다. 이 소설은 세 번 영화로 만들어졌으며, 그 중 88년에 스티븐 프리어즈가 존 말코비치, 글렌 클로즈, 미셸 파이퍼, 우마 써먼을 기용해 만든 영화가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와 「아마데우스」의 감독인 밀로스 포먼도 91년「발몽」이라는 제목으로 이 작품을 리메이크하기도 했으나, 스티븐 프리어즈의 작품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어쨌든 이렇게 많이 만들어졌으니만큼 영화는 내러티브 상에서 새로울 것이 없다.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은 이 작품을 90년대 젊은이들의 감수성에 맞추어 만들어 내려고 했다. 우선 주인공부터 사라 미셸 겔러와 라이언 필립으로, 이들은 10대 영화 중의 하나인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로 TV에서 다진 인기를 더욱 공고히 한 청춘스타들이다.
아울러 영화는 고급스러운 것에 열광하는 10대들을 위해 그러한 이미지를 십분 활용한다. 사라 미셀 겔러의 의상이나 라이언 필립이 몰고 다니는 56년형 재규어 스포츠카, 그리고 영화에 등장하는 저택 등이 모두 그러한 장치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영화의 미술 팀 또한 이런 제작 의도에 맞게 분위기와 색감을 잘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위험한 관계」의 90년대 하이틴 버전인「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은 이전의 작품들이 가진 18세기 상류층 귀족들의 방탕한 생활 묘사를 통해, 그들이 가진 허위성과 기만, 가식들을 폭로하면서 넓게는 부르조아들을 풍자하는데 비해, 그러한 맛은 없다. 하기는 돈 많은 부모를 만나 섹스가 오로지 일상인 철없는 아이들을 통해 그러한 풍자를 감행하려고 했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물론 이 영화의 제작자인 닐 모리츠는 그러한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그는「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와 그 속편을 비롯한 10대 영화를 제작하여 성공을 거둔 경력을 갖고 있다).
닐 모리츠는 오히려 감수성이 예민한 10대들의 연애문제와 그 가치관을 좀 더 부각시킨다. 예전의 영화들이 가진 사회적인 맥락은 제거하고... 섹스를 통한 쾌락만의 추구인가, 아니면 진실하게 가슴을 움직이는 사랑인가? 어찌보면 뻔한 주제일 수도 있지만, 의외로 사람들은 이런 문제를 고민하며 살아가기도 하는게 현실이기도 하다. 이 문제는 '현란한'(비주얼이 가진 금전적인 가치 면에서) 화면 안에 유일한 주제로 보인다.
이 작품의 공개는 예전에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기네스 팰트로 주연의 「엠마」와 알리시아 실버스톤이 출연한 「클루리스」라는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개봉 시기는 달랐지만, 두 작품은 제인 오스틴의 원작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이에 대해서는 이안이 만든 「엠마」는 원작에 충실하다는, 에이미 해커링이 만든「클루리스」는 현대적인 가치와 감수성을 통해 리메이크한 성과가 충분히 보인다는 평이었다. 하지만「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의 경우에는 '현란한' 분위기만 남았을 뿐, 그러한 가치와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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