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달밤> 불국사의 종소리는 어디로

리뷰

<신라의 달밤> 불국사의 종소리는 어디로 :::

윤상열 | 2001년 06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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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배경 탓인지 이 영화는 이상하게도 '친구'의 아류작으로 보이게끔 오해받기에 딱 적당한 선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가고 있는 것 같다. 지역적으로는 경주지만 두 주인공의 태생은 말투로 보아 서울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사투리와 표준어가 딱 절반씩 섞여 있다. 그것이 관객에게 어떠한 모습으로 보여질지는 미지수지만 이것만은 집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투리가 장사가 되잖아..'

강우석 감독의 조감독으로 영화계에 입문한 김상진 감독의 영화의 기본 원칙은 무엇일까. 장사가 되는 것과 안되는 것을 분별하는 능력의 수치정도일까. '돈을 갖고 튀어라'에서 그가 보여준 연출의 기본 원칙은 치고 빠지기였다. 살 떨리게 맞고, 아구가 들어맞지 않을 지경에 이르게까지 골려주고(웃겨주고), 그러다가 심신에서 이성이 사라지면 눈물샘을 자극하는 코끝 찡한 드라마를 마지막에 은근슬쩍 배치기 하듯이 떠밀어 넣는 것. 그리고 뒤에서 염치빼고 한마디하기 "사회풍자코미디입니다. 그리고 영화는 해피엔딩이니 안심하고 편하게 즐기시면 됩니다". 라는 코멘트도 잊지 않는다. 여기까지가 '주유소 습격사건'으로 이어지는 그의 돈 되는 영화들의 스타일이다. '깡패수업'은 너무 무겁고, 진중해서 외도에 실패한 셈이고, '투 캅스 3'는 과거로의 영겁회귀를 노리다가 똥 맞은 셈이다. 하지만 작금의 문제는 '신라의 달밤'이다. 이 영화는 일말의 후덥 지근한 양심을 선사했던 과거의 영화와는 달리 무조건 치고 달리는 수법에만 열중한 흔적이 역력하다. 학교의 전설로 불려진다는 과거의 패싸움은 그 어디에도 진의를 물을 수 없다. 단지 "싸웠다"라는 명제만 있을 뿐이다. 길게 보고 설명도 않겠다는 의도가 처음부터 불을 뿜기 시작한다. 난 범생, 넌 일진이라는 구도는 영화의 기본베이스에 짙게 깔려 있는 최기동(차승원)과 박영준(이성재)의 대립의 근본 모티브다. 하지만 이들의 대립이 관객에게 계속해서 웃음으로 선사될 수 있는 까닭은 친구라는 결정적인 관계의 근본이 자리한다. 영준은 기동의 계속적인 무시에도 불구하고 그를 호의적으로 대하는데 이를 모르는 부하에게 그는 이런 말을 내뱉는다. "기동이가 네 친구냐, 그래두 내 친구다. 함부로 말하지 마라." 하지만 여기서 이 영화는 수만 가지의 오해를 살 수 있는 결정적인 대사를 지껄인 셈이다. 영화'친구'의 따끈따끈한 소스들만 가져와 차용한 것이 아니냐는 설이다. 그러나 이 글의 서두에서도 밝혔듯 이 영화는 지리적인 배경에도 불구하고 사투리와 표준어가 공존한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은 민주란(김혜수)이다. 그녀는 절묘하게도 사투리와 표준어를 영화의 컨셉에 맞게 사용하기 때문이다. 웃기는 장면이나 망가지는(술에 취하는) 장면에서는 어김없이 사투리를 퍽퍽 써대며, 반대로 온전한 정신으로 본연의 내숭을 떨 때는 표준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사소한 차이이겠으나 영화를 조금만 유심히 관찰하다보면 그러한 의미는 영화의 지리적 공간에 대한 배려가 무시되었다고 밖에는 여길 수 없다. 기동은 영준과의 첫 만남에서 영준의 화려함을 비꼬듯이 이런 말을 한다. "내가 이렇게 조그맣고, 구석에 쳐박힌 도시에서 체육선생이나.." 솔직히 수학여행이 둘의 운명을 갈라놓았다고 해도 그 발원지인 경주가 공간적인 무대가 되어야 될 이유는 별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단지 조연들의 질펀한 사투리 실력을 감독이 놓치기 아쉬워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을 지경이다.

영화 '신라의 달밤'은 극중에서 민주란으로 출연했던 김혜수의 일년 전 티비토크쇼 "플러스유"에서 갈고 닦아진 차승원의 능청스러움과 여기에 게스트로 출연했던 이성재의 엉뚱함이 더해져서 만들어진 "플러스유" 후속편에 불과한 심야토크쇼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싶다. 김상진 감독은 낮에 너무 많이 자서 불철주야 낮밤이 뒤바뀐 백수가 우연히 티비를 보다가 발견한 아이디어에 오케이를 외쳐댄 사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