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


글: 원호성
2005년 02월 17일



레모니 스니캣의 위험한 대결 ★★★☆

영화를 보기 전, 원작을 먼저 읽어봤다. 사실 빌려 읽기가 상당히 거북했다. 1권 《눈동자의 집》만이 일반 열람실에 있고, 나머지는 모두 아동 열람실에 보관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아동실에서 다 큰 성인이 책을 빌리는 것은 해보면 정말 낯 뜨거운 경험이다. 얼마전에도 C.S.루이스의 《나르니아 연대기》를 다시 읽으려다가 아동실에 있어서 포기했었는데, 레모니 스니캣만은 도저히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렇게 힘들게 읽은 원작은, 말 그대로 동화였다. 하지만, 어린이들을 위해 가공된 이쁜 동화가 아니라, 살인이 난무하는 오리지널 동화를 읽는듯한 인상을 많이 준다. 물론 어디까지나 모든 설정은 이야기와 암시 정도에서 끝나고 직접적인 묘사는 등장하지 않는다. 또한 전지적 시점에서 이야기를 이끄는 레모니 스니캣의 적절한 화술은 그런 찝찝함을 쉽게 털어버리게 해준다.

영화로 돌아오면, 영화의 만듬새는 매우 영악하다. 세 편을 아주 부드럽게 이어갔을 뿐 아니라, 소설보다 더욱 확실한 능력을 아이들에게 부여해줬다. (둘째는 모든 책을 읽기만 하면 기억하는 정도는 아니다.) 거기에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 바이올렛과 울라프 백작의 사기 결혼식을 해결하는 방법에서 영화는 소설을 읽은 독자의 기대감을 뒤집으며 통쾌한 반전을 선사한다.

그러나 너무나 재능많은 이들 남매들의 활약상은 극적인 면을 덜하게 한다. 마치 스티븐 시걸의 영화를 보듯이, 큰 위기상황 없이 극을 헤쳐나간다는 인상이 너무나 강했다. 시니컬한 판타지 영화라면 제법 어울리지만, 어드벤처 영화라면 너무나 사건들이 손쉽게 풀려나간다. (하지만 레모니 스니캣이 아동을 위해,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썼다면 이 부분도 제법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이 영화가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바로 소설에도 등장하지만, 영화에서 확실히 보여지는 시니컬함이다. 정작 화자이자 작가인 레모니 스니캣은 동정적이고 따스한 말투를 시종 유지하면서 '어쩔 수 없다. 이것이 현실이다' 라고 이야기를 하며 반전 효과를 준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보면 <그린치>와 <더 캣>의 원작만화의 작가인 닥터 수스를 연상케 한다.

그래, 맞긴 맞다. 세상은 결코 쉽지 않다. 그리고 정작 일이 닥치면 그들도 결코 영화처럼 헤쳐나가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삼남매에게 주어진 능력은 언해피엔딩을 유난히 강조하는 레모니 스니캣 조차도 아이들이 가진 악인의 패배에 대한 열망을 무시못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아니면 오히려 극단적인 반어법으로 밀어붙이면서, 사실은 세상에 희망은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거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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