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완전정복> 이건 ‘노르말’도 안되는 걸
글: 윤현호
2004년 0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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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노르말’도 안되는 걸.
리들리 스콧과 김성수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반칙이었던가? <매치스틱 맨>같은 휴식 영화에서조차 일필휘지(一筆揮之)의 날렵함을 보여준 리들리 스콧과 김성수를 디졸브시킨 건 역시 튀는 그림이었다. 잃은 건 없지만 그렇다고 딱히 얻은 것도 없었던 <무사>를 스스로 반역(?)하면서까지 만든 <영어완전정복>은 그의 변칙적인 행로를 감안하고 봐도 끌어안기 힘든 영화다. 누가 김성수를 다시 중국 사막 한복판으로 뛰어들게 하지 않고 스스로 ‘충무로 3종 세트’를 만들게 했단 말인가?
극중 영주는 세인들이 내리는 본인의 평가가 ‘노르말(normal)'인 것이 못마땅하다. 허나 감독조차 그녀의 직업을 ’조선의 9급 공무원‘으로 하사하지 않았던가? 해당자들에겐 못마땅하겠지만 공무원은 가늘고 길고 또한 평범함에 대한 최고의 상투적 설정이다. ’설정‘은 깨지기 위해 존재하는 법. 영화는 ’스페셜‘해지기 위한 영주의 투쟁을 그리고 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갈 텐데, 이 아가씨는 그게 못마땅했던 거다. 보통, 중간, 애매모호함, 무개성...
하지만 패션감각을 발휘하면 할수록 더욱 유치찬란해지는 영주의 코디처럼 영화는 코믹에 대한 과욕이 급기야 수 십 가지 부작용을 야기하고 만다. 시도 때도 없이 끼어드는 플래시와 개성 넘치는 문자표현법, 한눈에 봐도 비현실적인 상상 장면 등등... 현실적으로 진행되는 내러티브를 후방에서 엄호해야 할 지원군이 오히려 영화의 맥을 끊고 분위기를 산만하게 만든다. 열매를 맺지 못한 아이디어는 의욕마저 과욕으로 변질시켜 버리는 법. 영화가 시도한 참신할 뻔하고 개성적일 뻔 한 아이디어는 단지 즉각적인 코믹만을 환기 켰을 뿐이다. ‘I love you. long'를 ’사랑하지롱~‘으로 ’I miss you'를 ‘나는 미스유’로 해석하는 386 유머로 뭘 하겠다는 거지?
일단 기본적인 줄거리부터 수습해야 했다. 스토커에 가까운 영주의 사랑법은 단지 지갑속의 여자 사진 한 장 때문에 쉽게 포기된다. 이걸 믿으라고? 강철 같은 그녀의 사랑이 이런 식의 영화에서 이런 대목쯤에 꼭 나타나는 시련 때문에 조작된 걸 다 아는데, 그걸 받아들이라고? 관객들이 속은 척하도록 ‘개연성’을 다오! 해피 엔딩으로 풀릴 걸 다 알면서도 마음 졸일 수 있게 ‘극적 긴장’을 제대로 조성해다오! 이 간절한 외침을 듣고 있는지...
부실한 결말 때문에 차라리 ‘노르말’하게 정공법으로 승부하지 하는 아쉬움마저 든다. ‘오버’기름기 다 걷어버리고, 중국에서 큰 영화 만들었다고 힘 들어간 어깨 빼고, 트렌드 영화 얕잡아보는 거만함도 버리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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