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위대한 유산> 따라쟁이


글: 이종열
2003년 10월 28일

<위대한 유산>은 산만하고 식상하고 불쾌하기까지 한 영화이다. 도대체가 최근 한국 상업영화, 그 중에서도 코미디영화는 (예외는 물론 있지만)노골적으로 영화를 '찍어내고' 있다. 마치 붕어빵 찍어대듯이. 인기 있는 집들의 붕어빵에 대한 시장조사를 철저히 한 후 만든 반죽에 약간씩 다른 팥을 넣기에 붕어빵은 잘 팔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는 그 반죽이 어떤 집의 것과 유사한지 잘 알기에 오늘 먹은 붕어빵은 맛이 없었다.

먼저 나는 이 영화가 산만하다고 했다. 그래, 도대체가 백수의 애환을 그리려는 것인지, 출생의 비밀을 좇는 얘긴지, 사랑 얘기를 그리려는 것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애초 웃기려고만 총력을 다하다보니 구심점을 놓치고 만 것이다. 영화의 끝은 결국 또 짝짓기로 귀결되는데 최근 한국영화는 사랑 못해 안달 난 주인공들뿐이다.

나는 또 식상하다고 했다. 그래, 무지 식상하다. 임창정의 캐릭터는 그가 최근 보여온 바보 캐릭터의 연장이고, 김선아의 망가진 연기도 최근 한국영화에 유행하는 흥행코드 중 하나이다. 조연인 김수미도 <오! 해피데이>에서의 자신의 욕쟁이 아줌마 캐릭터를 복제하고 있다. 공형진 또한 자신의 밥줄이었던 말빨을 내세워 여전히 웃기지만 변함없는 이 재탕엔 문제가 좀 있다.

이러다 보니 백수들의 세계에 접근한 카메라는 울림을 담아내지 못한다. 웃기는 동시에 울릴 수 있는 좋은 소재였지만 안정적인 흥행에 조바심 내다보니 피상적으로만 웃기고 피상적으로 가짜 감동만 주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나는 불쾌하기까지 하다 했다. 그래, <위대한 유산>은 오로지 가학적인 웃음만 존재한다. 상대방의 머리통을 간단히 때리거나, 흔히 오바이트라 불리우는 추잡한 장면을 사실적으로 보여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낸다. 또 강도 센 욕을 하거나, 말장난을 하거나, 똘마니 폭력배들이 우스꽝스런 해프닝을 보이는 식이다.(이 영화 속에서 앞서 흥행한 유사영화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난 일일 것이다.) 한편, 강제 포르노 영화를 찍는 장면도 불쾌하다. 알 수 없는 묘한 백뮤직을 깔고 낭설로 그 장면을 합리화하는 설정은 참으로 한심스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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