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매> 사라져 버리는 한국의 것과 가속도의 한국사회에 대한 걱정


글: 이종열
2003년 09월 18일

영매(靈媒)는 쉬운 말로 무당이다. 영화를 보고서야 처음 알았다. 무당이라 하면 어느 날 갑자기 신내림을 받은 강신무((降神巫)가 전부인 줄 알았다.(내가 산 지역이 중부지방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강신무는 중북부 지역에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으니 세습(世襲) 무당도 있는 것이다.(세습무는 한강 이남과 태맥산맥 동쪽에서 행해진다.) 아니, 그럼 무당짓도 배우고, 대를 잇는 단 말인가. 이건 완전 사업이요, 엔터테인먼트가 아닌가. 나의 무지는 여기서 또 한번 발각되고 마는 것이니 세습무, 강신무 모두 학습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역시 밥벌이가 되야 대를 이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구나. 하지만 세상이 점점 과학적인 현대화가 이루어지면서 굿은 미신적 행위로 격하되고 근심을 덜어주는 심리치료는 점집에서, 정신병원에서 대행하게 되었다. 굿은 무형문화로 남겨졌을 뿐이다. 그러니까 이젠 우린 산자와 죽은자를 화해시키는 진중한 볼거리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웃 주민들이 함께 모여 한 가정, 혹은 한 마을의 근심을 함께 나눠볼 수도 없게 된 것이다. 망자가 생기면 좀 슬퍼하다 말고 우환과 사고는 병원에서 알아서 해줄 일이요, 대통령 탓이 된다.

<영매>는 이를 주목한다. 3년 동안이나 박기복 감독이 혼자의 힘으로 이 다큐멘터리에 매달린 이유도 거기에 있다. 사라져 버리는 한국의 것과 가속도의 한국사회에 대한 걱정.

한 때 카리스마 있고 쇼맨십 강한 연예인쯤으로 생각했던 영매는 참으로 힘든 세상을 살아왔고 참으로 힘든 세상을 살고 있다. 그들도 이상한 족속이 아닌 평범한 인간이었다.

이들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준 <영매>는 남아있는 몇몇의 영매 인터뷰에 의존하고 있는 한계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오래도록 다큐의 방식으로 세상의 진실을 담고 환부를 위로해온 한 다큐인의 땀과 결실이 바로 맺히고 영근 감사한 작품이다. [★★★☆]

※덧붙이기
무보수로 나레이션을 맞아준 설경구, 제작을 가능케 해준 조성우. 이들은 개인의 예술적 기운을 어디에 써야하는지 아는 참 멋진 사람들이다.



This article is from http://www.cinelin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