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시카고> 쇼가 계속 된다면 지루할 것이다


글: 이종열
2003년 03월 20일

최근의 할리우드 여배우들에게 존경을 담은 연서를 보내고 싶다. 니콜 키드만에게 10000통, 줄리안 무어에게 9999통, 메릴 스트립에게 9998통. 여기에 팔이 아프지만 며칠 밤을 새서라도 나는 르네 젤위거에 9999통, 캐서린 제타-존스에 9998통을 더 써야겠다. 실로 할리우드는 여인천하의 시대인 것이다. 여배우 몇으로도 한 편의 완벽한 드라마를 갖춘 영화를 이끌어 갈 수 있는 것이 최근의 할리우드 시장이다.

<시카고> 또한 르네와 캐서린 두 여배우가 거대극 전체를 끌어가고 있는 영화이다. 두 배우는 파워풀 하고, 통속적인 두 시간 여의 뮤지컬 무대를 숨 고를 틈 없이 보여준다. 두 배우가 전문 뮤지컬 배우가 아니었음을 상기할 때, 르네 젤위거의 전편 역할이 뚱보 브리짓 존스 였음을 상기할 때, 또 캐서린 제타 존스가 아기를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산모였음을 상기할 때 영화는 더더욱 경이로워진다.

그러나 '공연' 양식인 뮤지컬의 무대가 완벽 재현되지만 <시카고>는 '재현' 그 이상의 의미는 못되고 있다. 한 편의 멋진 뮤지컬을 그대로 카메라로 담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럴 바에야 영화를 왜 보는가. 초기의 영화는 연극을 일정한 거리에서 카메라에 담은 것이었다는데 <시카고>는 마치 이 기록의 느낌이다. 비견되는 <물랑루즈>의 경우, 화려한 쇼와 쇼의 이면, 통속적 사랑의 재조합을 맛깔스럽게 보여주면서 실제 뮤지컬 무대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을 영화 속에 재탄생 시켰다. 여기엔 영화만의 것이 있는 것이다.

수고했지만 <시카고>의 쇼는, 계속 된다면 지루할 것이다. 차라리 스크린을 찢고 나오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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