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슈미트> 우리에게는 아직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다
글: 노정규
2003년 03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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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퇴직을 하고 이제 어떠한 일도 없는 60대 중반의 남자가 있다고 하자! 40년 가까이 자기가 종사했던 일을 그만두고 덜렁 세상밖에 버려진 듯한 그 남자의 미래는 어떨까?! 아니 먼 미래보다도 지금 당장 현재의 그 모습은 어떨까? 세상 속에서 혼자라는 느낌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모습을 휴머니즘적인 모습으로 그려낸 영화 <어바웃 슈미트>는 바로 우리의 미래에 대한 자화상이다.
슈미트 역할을 맡은 잭 니콜슨의 연기는 끝임 없는 찬사가 아깝지가 않다. 'USA투데이'나 'CNN', '뉴욕타임즈', '워싱턴 포스트'에서 잭 니콜슨의 이번 연기를 두고 전설적인 연기라고 평가했다. 필자도 그 평가에 대해 100%동의한다. 영화 '이보다 더 좋은 순 없다' 에서 보여준 강박증을 가진 작가 역의 연장선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고 있다. 죽은 아내와 실직이라는 두 가지의 고통을 가지고 딸에게 의지하려는 중년남자의 외로움을 통해 어딘가에 적을 두려고 하는 모습을 절제된 언어와 표정으로 그는 보여주고 있다.
과장되거나 꾸미지 않은 그냥 지금 그 모습을 간직한 듯한 잭 니콜슨의 연기는 실로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수반한다. 혹 <배트맨>에서의 조커로만 기억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이 영화를 통해 왜 그가 12번이나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잭 니콜슨과 더불어 예상치 못한 여배우 하나가 눈에 뛴다. 1990년 섬뜩한 스토커 역으로 우리에게 강인한 인상을 남긴 캐시 베이츠가 잭 니콜슨과 호흡을 맞춰 엽기적인 사부인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다. 이번 연기를 통해 그녀도 전미 비평가 협회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다소 무거워질 수 있는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그녀의 감초 같은 연기는 영화 중반부터 활력소 같은 역할을 한다.
미국현지에서 잭 니콜슨의 인터뷰 중에 "우린 계속되어야 한다"는 말이 상기된다. 죽음과 변화, 삶의 중심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도전하고 응전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영화의 엔딩부분에서 슈미트는 자기가 후원하는 탄자니아 꼬마의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흘린다. 모든 사람이 자기를 버리고 오직 홀로 남아 있다고 생각했는데 탄자니아 꼬마의 편지에서 "아저씨를 보고 싶다"라는 말 한마디에 그는 울먹거린다. 그렇다 인간은 외로운 섬이다. 필자도 절필하고 있는 동안 많은 사연들이 있었다. 필자의 여자친구가 나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내 어깨의 한쪽은 자기 것이기 때문에 어서 일어나라"고 말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그리고 언제나 살아가야 할 의무가 있다. 인생이 힘들고 외로워도 아직은 우리가 살아가야 할 가치가 있다. 하찮다고 생각하는 나 자신의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분명 의미가 있다. 이제 3월이다. 이 봄에 우리는 우리의 삶 속에서 살아가야 할 의미를 되찾아보자! 아직은 우리는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다. <디 아워스>와 <어마웃 슈미트>를 연재하면서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끌어냈지만 어쩌면 그것은 삶과 희망이라는 강한 의지에서 비롯된다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일어나야겠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그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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